토의 동쪽 끝 독도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형님 섬 울릉도는 화산활동에 의해 2200m의 심해에서 솟아오른 해발 1000m 가까운 절벽 섬이다. 섬의 대부분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뤄져 천혜의 절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연중 100일가량은 육지로부터 고립된다. 파도가 출항 조건을 초과하면 배가 뜨지 못한다. 겨울엔 폭설과 강풍까지 겹쳐 이동이 더욱 어렵다. 응급환자가 생겨도 발만 동동 구를 뿐 육지로 나갈 수 없다. 울릉도로 여행 갔다가 며칠씩 발이 묶이는 건 예사다. 울릉도의 최근 5년 평균 선박 결항률은 22.1%에 달한다. 섬을 지배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라고 하는 이유다.
울릉도의 교통은 외부와의 연결은 물론 내부 왕래도 여의치 않았다. 섬 곳곳을 연결하는 유일한 연결로인 울릉도일주도로가 완전 개통된 게 불과 몇 해 전이다. 1963년 정부가 일주도로 건설을 결정했지만 1976년에야 공사가 시작됐다. “길을 뚫자, 파도를 막자”는 간판을 섬 곳곳에 걸어놓은 채 변변한 장비도 없이 석공들이 거의 맨손으로 돌을 깨 해안 석축을 쌓았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39.8㎞의 일주도로가 1차로 개통한 것은 2001년. 그러나 울릉읍 내수전~북면 섬목을 잇는 동쪽 4.4㎞ 구간은 울릉도에서도 절벽이 가장 험한 데다 지반이 약해 도로를 뚫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북면 사람들이 육지로 나가려면 서면을 거쳐 빙 둘러서 도동항으로 가야 했다. 이 난공사 구간을 뚫는 작업이 2011년 시작돼 2019년 3월 끝나 마침내 44.2㎞ 전 구간이 개통됐다. 북면에서 도동항까지 1시간30분 걸리던 길이 15분가량으로 줄었으니 상전벽해(桑田碧海)에 견줄 만한 변화다.
울릉도에 또 하나의 상전벽해가 이뤄지고 있다. 2020년 11월 착공한 울릉공항 건설공사다. 사업비 7092억원을 투입하는 소형 공항이지만 섬의 남쪽인 울릉읍 사동항 방파제 바깥쪽에 평균 수심 23m의 바다를 메워 1200m의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등을 만드는 난공사다.
2025년 말 공사가 끝나고 이듬해 공항이 개항하면 50인승 소형 항공기가 하루 2000명의 승객을 실어 나를 것이라고 한다. 울릉도와 육지를 잇는 ‘1일 생활권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울릉도 여행이 편리해지는 것은 물론 응급환자 등 울릉군민의 육지 나들이도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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