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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동원이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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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 기자] 배우 강동원이 ‘브로커’를 통해 2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했다. ‘브로커’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 이후 국내 첫 남우주연상과 에큐메니컬상을 이뤄내 개봉전부터 큰 화제를 얻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강동원은 2010년 ‘의형제’에서 함께 활약했던 송강호와 더불어 이지은(아이유), 배두나, 이주영과 특별한 여정을 그려냈다. 그는 극 중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은 보육원 출신 ‘동수’ 역으로 분해, 가족으로부터 소외당한 이들이 어떠한 삶을 가꿔나가는지 일상적인 연기로 표현해냈다.

“예전보다 훨씬 여유로워진 느낌이에요. 나 스스로 단단해진 만큼, 어느 순간부터 마음 편하게 배워가고 있어요” 한편 6월 7일,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강동원은 놀랄 만큼이나 일관적인 모습이었다.

데뷔작 ‘그녀를 믿지 마세요’ 속 순진무구한 면을 드러냈던 ‘최희철’부터 ‘의형제’에서의 무뚝뚝한 ‘송지원’, ‘군도: 민란의 시대’의 날선 ‘조윤’과 ‘검사외전’ 속 유쾌한 ‘한치원’까지, 그는 언제나 ‘강동원’이라는 그 자체의 페르소나를 통해 극적인 인상을 이룩했기에 변함없이 빛나곤 했다.

물론 그때마다 아름다운 존재감을 담아낸 그였다. 하지만 작품 속 영향력은 하나로 섞이지 않은 채 갖가지 색의 조그만 바다가 되어 그 빛을 잃지 않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다를 바 없는 바다 내음처럼 각별한 의미를 더해나갔다.

‘브로커’를 통해 갖게 된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작품에 임한 소감, 20년간 연기자로서 느껴온 것들, 삶을 헤쳐가는 자신만의 방식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던 와중에, 2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를 단단하고 굳건하게 만들어 주는 가치란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Q. ‘브로커’가 6월 8일, 내일 개봉될 예정이다. 데뷔한 지 20년 차인 지금, 개봉작의 평가에 대한 설렘과 떨림은 익숙해진 편인가

“물론 예전과 비교했을 때 책임감은 더 커졌지만 그때만큼 긴장되진 않는다. 칸 영화제를 통해 작품으로써 인정받았다는 점에 어느 정도 안정감도 생겼고. 장르적으로 많이 치우쳐진 요즘 같은 시기에 이렇게 가슴 따뜻한 영화는 나오기 힘들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더 편한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이뤘던 것 같다” 

Q. 함께 작업하기 전, 인상 깊게 봐온 고레에다 히로카즈(이하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이 있다면

“‘어느 가족’과 ‘아무도 모른다’을 보고 감명받은 적 있다. 그리고 최근에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다시 봤는데 너무 좋더라. 아이들의 순수함, 그리고 그걸 풀어내는 연출 방식이 특히나 돋보였다”

Q. 고레에다 감독과의 첫 접점이 궁금하다

“감독님과는 롯폰기 호텔의 커피숍에서 처음으로 우연히 마주쳤다. 그 이후로 감독님께 내가 한번 만나볼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렸고, 그렇게 두 번째 만남이 성사되었을 때 ‘브로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근데 돌이켜보니, 감독님은 처음 마주하기 이전부터 언젠가 나와의 작업을 이뤄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더라” 

Q. 과거 한 인터뷰에서 “영화의 상업성을 판단할 때 나는 다른 쪽으로 판단한다.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은 것을 상업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본인의 입장에서 ‘브로커’의 경우에는 상업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나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일단 처음 고레에다 감독님께 작품 관련 내용을 전해 들었을 당시엔 시놉시스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시놉시스를 본 이후에 다시 한번 출연 관련 내용을 정리하게 되었을 때,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힘들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Q. 이번 작품을 택할 때는 ‘이 작품 속 캐릭터는 내가 소화해보고 싶다’와 ‘이 작품 캐릭터는 내가 소화해볼 수 있겠다’의 감정 중 어떤 것이 더 주요했나 

“‘브로커’의 ‘동수’가 소화하기 아주 어려운 캐릭터는 아니라고 느꼈기에, 아무래도 후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하는 역할과 연기 중 하나이기도 하고”


Q. 작품 선정할 때 판단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다면

“‘함께하는 감독님’ 또는 ‘시나리오’. 이번의 경우에는 시나리오가 나오기 이전에 감독님과 작품 관련 내용을 나눠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전자 쪽에 기준을 둔 셈이다. 개인적으로 신선한 시나리오를 좋아하는 편인 만큼 신인 감독님들과도 자주 작업하는 편이다. 계산해보니 벌써 9편 정도 (신인 감독님들의 작품에) 출연한 것 같다”

Q. 고레에다 감독은 2015년에 ‘요람’이라는 가제로 이미 배우진 캐스팅을 염두하고 있었다고 들었다. 직접 함께해본 결과 인상 깊게 느낀 부분이 있다면

“워낙 유명한 감독님이지만 한국 배우들과 처음으로 함께한 작품인 만큼, 촬영 방식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많았다. 직접 촬영장에 가보니 다큐멘터리 작품을 촬영하신 적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모니터를 거의 안 보시더라. 한국 감독님들은 여태껏 그런 분들이 없었기에 특히나 흥미로웠다(웃음)” 

Q. 물론 극 중 브로커인 ‘동수’도 중요한 역할이지만 오히려 여성 캐릭터인 ‘소영’이 더 부각되는 작품이었다. 촬영에 임하면서 그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원래 시나리오상에서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촬영을 진행하면서 ‘소영’과 ‘수진’, 두 여자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하면서 넘겼다(웃음)” 

Q. 보육원 출신의 아이들을 다룬 작품인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을 텐데, ‘동수’ 연기에 임하며 특히 중요하게 여긴 요소는 없나

“무엇보다도 감독님의 메시지를 최대한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그 부분에서 보육원 출신 분들의 고민과 상처를 관객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던 것 같다. ‘동수’를 우울한 성격의 인물로만 만들고 싶진 않았기에 캐릭터 연구에도 열중했고”

“작품에 더 깊게 다가가고 싶었기에 보육원 출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접했던 친구가 원장님과 함께 VIP 시사회 때 참석했는데, ‘태어나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둘이서 엄청나게 울었다고 하더라”

Q. 본인 또한 그 장면을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게 여기는지

“그렇다. 가장 하이라이트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작중에서 다들 감정적으로는 덤덤하게 얘기하지만 말이다. ‘동수’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다”

Q. 부산의 13개 로케이션에서 촬영했다고 들었다.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작중 배경이 부산이고, 본인과 송강호의 고향도 부산과 김해 쪽인데 왜 사투리를 쓰지 않을까’ 궁금했다. 따로 표준어 활용에 대한 지침이 있었던 건가

“맞다. 회의하면서 어느 정도 합의된 내용이었다. 제작진 측에서도 너무 사투리가 묻어나는 걸 원하지 않았고” 

Q. 기자 간담회에서 “‘동수’는 ‘소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나면서 자신을 버렸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처음 ‘소영’을 접할 때의 냉담하고 매몰찬 대사가 인상 깊은데, 그런 감정적인 서사를 볼 때 ‘동수’는 ‘소영’을 사랑했다고 생각하나 

“아마 사랑까진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서로 알게 된 지는 며칠 안됐으니까. 그만큼 ‘소영’을 안쓰럽게 생각하기도 했고, 이렇게 아기를 보내느니 다같이 살아도 되지 않을까 고민한 것 같다. 보육원 출신 분들과 나눴던 대화 중 기억 남는 건, 자신의 가정을 만드는 일에 갈망이 크다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동수’ 또한 그런 부분에서 자신의 가정을 꾸려보고 싶다 생각한 것 아닐까 싶다”

Q. 이번 ‘브로커’에서도 고레에다 감독의 잔잔한 감성이 그런 본인의 강점과 잘 맞물렸다고 느낀다. 실제로 연기할 때는 느슨하고 정적인 연기, 빠르고 텐션 높은 연기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 편인가

“아무래도 정적인 연기가 체력적으로 더 부담감이 적다. 빠르고 텐션 높은 연기는 거의 액션적인 요소와 함께하다 보니 비교적 많은 체력을 요구하고. 이젠 예전보다는 감정적인 부분을 표현하는데 크게 부담감이 있진 않다”   

“물론 난 코미디 연기도 좋아한다. 원래 ‘브로커’도 지금보다는 그런 코미디적인 요소가 덜했는데, 강호 선배와 내가 호흡을 맞춰가면서 더 경쾌해진 경향이 있다(웃음). 장르적인 내용에 대해 더 얘기해보자면 ‘검사외전’에서의 유쾌한 연기도 좋아하고,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의 진지한 연기도 좋아하는 편이다”


Q. 과거 한 인터뷰에서 코미디 장르 연기를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지 않나. 실제로 어느 정도 연기 경력이 풍부해진 직후엔 ‘전우치’, ‘검사외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요즘도 영화 데뷔작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의 망가지는 모습, 친숙한 모습을 원하는 대중이 많더라. 기회가 온다면 이런 풋풋하고 코믹한 얼굴을 그려낼 계획은 없나

“물론이다. 연속으로 비슷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건 피하지만, 시나리오만 좋다면 코미디든, 호러든 뭐든 상관없다. 코미디 장르가 좋은 부분은 촬영할 때 늘 웃으면서 임할 수 있다는 거다. 마음 편하게 말이다”

Q. 이번 ‘브로커’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어떤 편인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사실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큰 부담감이나 기대감을 안고 촬영한 건 아닌데 주변 반응이 좋더라. 예전에 친한 형이 ‘연기와 골프는 마음을 비우고 임해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특히 공감했다(웃음)”

Q. 촬영장에서 송강호와의 연기 호흡이 매우 좋았다고 들었다. 특히 어떤 부분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나 

“호흡이란 게 들숨과 날숨이 반복되는 행위이지 않나. 연기에서의 호흡은 그 행위가 서로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이 사람이 들숨을 하면 나도 들숨으로 맞고, 이 사람이 날숨을 보여주면 나 또한 날숨으로 반응하는 것처럼 서로 눈만 마주쳐도 어떤 연기를 그려낼 수 있는지 잘 아는 것 말이다. 우리도 이번 작품에서 그런 의미의 호흡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Q. 평소 성격에 대해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더라

“진지한 편이긴 한데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은근히 개구진 부분도 있고(웃음). 낯가림은 나이를 점차 들어가면서 거의 없어졌고, ‘이사람이 좋은 사람 같다’라고 생각 들면 잘 만나면 편이다. 요즘엔 어디서 나오라고 하면 잘 나온다(웃음)”

Q. 방탄소년단의 뷔와의 친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떤 계기로 친분을 쌓게 된 건가

“지인의 소개로 처음 접하게 됐다. 이번에 함께 촬영한 그 인사 영상도 인사하라길래 그냥 ‘안녕’했더니 공개됐더라(웃음)”


Q. 직접 판타지 장르의 시놉시스를 2편 정도 써놨다고 들었다. 제작에 대한 열망은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궁금하다

“사실 꽤 오래된 것 같다. 미국 가 있는 동안 잠깐 중단한 거고, 시작하게 된 것 자체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열망까진 아니고, 어떤 형태이든 그냥 영화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밌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Q. 이번 작품 주연인 송강호가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차기 해외 영화제 수상자로서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데

“원래 나 자체가 상 욕심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내가 만족하면 그 자체로 되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언젠가 그곳에서 수상하게 된다면 크나큰 영광이겠지만, 칸 영화제에 입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예라는 것을 느낀다”

“이번에 칸 영화제에 동행하며 느낀 건 송강호 선배님께서 (칸 영화제에 대해서) 정말 완벽히 잘 알고 계신다는 거다. 심사위원까지 맡은 적이 있을 정도니까. 그리고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이번에 함께 간 박해일 선배님도 나처럼 칸 영화제에 입성하긴 처음이라고 말씀하시더라. 왠지 모르게 많이 와보셨을 것 같은 선배님인데 처음이라고 하셔서 신기했다(웃음)”

Q. 본인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했던 작품이 있다면

“꽤 있긴 한데 ‘군도: 민란의 시대’는 개인적으로 훈련과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던 작품이다. 검을 하루에 천 번씩 휘두르며 연습을 시작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러면서도 캐릭터가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났던 것 같고. ‘검사외전’의 ‘한치원’ 역시 국내에 잘 없던 캐릭터인데 극적인 모습을 잘 만들어냈던 느낌이다. ‘전우치’, ‘두근두근 내 인생’, ‘초능력자’도 나쁘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마스터’의 경우에는 내 연기가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Q. ‘의형제’를 촬영한 지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나. 그 당시와 비교했을 때 송강호와의 호흡은 더 매끄럽게 느껴지는지 

“훨씬 쉬워졌다. 그땐 내 역할에 몰두하기 바빴기 때문에 호흡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서로가 팽팽한 위치의 역할이었던 만큼 더욱 그랬고. 근데 이번 작품에서는 처음부터 친한 사이로 등장하는 만큼 호흡하기도 편했고, 나 또한 촬영장을 더 편하게 활용한 것 같다. 강호 선배의 연기는 언제나 엄청나지만 지금은 거의 ‘연기 장인’으로 거듭나셨다는 것을 느낀다. 한때 강호 선배의 연기를 ‘무시무시하다’라고 인터뷰한 적 있는데, 이젠 그냥 ‘연기 장인’이라는 수식어로 종결지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앞서 ‘동수’ 입장에서 가정의 필요성을 설명해주지 않았나.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가정의 조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본인의 경우에는 가족을 꾸리는데 아직 목표가 없는 건지 궁금하다

“가족 구성원들끼리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으며, 집에 돌아갈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가정이지 않을까. 난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가족을 꾸린다는 생각이 없다. 지금은 애완동물도 못 기르는 처지다(웃음). 아이가 생기면 내 모든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부분이 아직은 사실 낯설게 느껴진다”

Q. 과거 인터뷰에서 “타협은 안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 뜻은 지금도 유효한가

“지금도 여전히 같은 마음이다. 나 하나 편하자는 마음에 대충대충 타협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Q. 앞서 말했듯, 어느새 데뷔 20년 차에 접어들었다. 배우로서 40대를 맞이한 소감이 있다면

“예전보다 훨씬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나 스스로 단단해진 만큼, 어느 순간부터 마음 편하게 배워가고 있다. 뻔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목표는 더 좋은 연기자가 되어 좋은 작품을 그려내는 것. 그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더 큰 의미로 남지 않을까 싶다”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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