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개방된 청와대를 둘러본 뒤 "미리 봤으면 우리도 청와대에 그대로 있자고 했을 것 같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지도부와 진행된 오찬 회동에서 청와대 개방을 두고 내외간에 가볍게 주고받은 뒷얘기를 소개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 내외는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KBS 1TV '열린음악회'를 관람한 뒤 청와대 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등을 둘러본 바 있다.
김 여사는 청와대 본관 내 영부인실과 집무실 등을 살펴본 뒤 "여기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며 "이렇게 좋은데가 있는 줄 알았다면, 만약 여기 와서 살았다면 청와대를 나가기 굉장히 어려웠겠다"며 "미리 보여줬으면 들어가서 안 나온다고 했을 것 같다"고 윤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에 윤 대통령은 "속으로 '아, 안 보여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언급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이야 아파트에 그대로 사니까 (김 여사가) 영부인 된 기분이 나겠나"라며 "그 좋은 구중궁궐에 살았으면 아마 대통령께서 부인한테 더 존경받았을 텐데"라고 농담을 던지자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관저로 쓰이게 될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서 "저는 과거에 관저 식당에서 식사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청와대가 얼마나 좋은지 알았다"라며 "참모들도 이야기하긴 했지만 여기에 한 번 들어오면 못 나간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청와대에) 안 들어가고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단 생각에 바로 (집무실 이전을) 추진했다"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2018년 7월 검찰총장 임명식, 2019년 11월과 2020년 6월 열린 반부패 정책협의회에 이어 당선인 시절인 지난 3월 28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회동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청와대를 방문한 바 있다.
또 용산 집무실 주변의 시민공원 조성 계획과 관련해서도 언급이 나왔다. 한 참석자가 "(용산 공원이)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멋진 느낌을 주는 공원이 되면 좋지 않겠나"라고 말을 하자 윤 대통령은 "미군 부지를 모두 돌려받으면 센트럴파크보다 더 큰 공원이 된다"면서 "공원 주변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한 작은 동상들을 세우고 '내셔널메모리얼파크' 식으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당 지도부를 좋은 곳에서 모시고 싶었는데 주변에 식당들이 많이 없다. 군인들 자주 가시는 밀리터리 회관으로 갈 수도 없고"라며 도시락 오찬에 대해 양해를 구했고, 이에 권 원내대표가 "칼국숫집을 가도 된다"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을 갖고 당정 화합의 의지를 다졌다. 약 1시간30분간 이어진 회동은 대통령 취임 한 달과 당 지도부 출범 1년을 축하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오찬에는 이준석 당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조수진·정미경·윤영석·김용태 최고위원과 성일종 정책위의장, 한기호 사무총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강인선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이날 메뉴는 갈비찜, 미역국, 생선구이, 과일을 곁들인 한식 도시락이었으며 오찬 선물로는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적힌 손목시계가 준비됐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