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큰 화두는 ‘인재 채용’이 아닐까 싶다. 근 2-3년 간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투자는 엄청난 붐이었고, 블록체인 기업에도 역사상 유례없는 돈이 몰리면서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좋은 이력을 갖고 있는 창업자가 개발자들과 함께 창업하면, 곧바로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의 투자가 몰릴 만큼 돈보다 인재와 좋은 팀이 더 귀한 시대가 됐다.
그러다 보니 많은 스타트업들이 앞다투어 개발자들의 연봉을 계속해서 인상하기 시작했고, 경력직 개발자라면 수천만원에서 수억 원의 사이닝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약속하는 회사들도 등장했다. 이제는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여러모로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게 된 것이다.
우리가 한국시니어연구소를 창업했던 2019년 중순에도 분위기는 이랬다. 물론 돈보다 사람이 귀하다는 시대 정신이 가장 최고점을 찍기 직전이었고, 이미 창업 경험이 있었던 우리였기에 다른 팀들보다는 좋은 팀원을 영입하는데 더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여러모로 인재를 영입하기 아주 좋은 상황은 아니었는데,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우리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일반적인 스타트업들처럼 앱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회사도 아니었고, 주 채용 대상이었던 20-30대들이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인 재가요양서비스, 방문요양서비스에 대해서 알고 있을 확률이 낮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꿈과 비전을 보여주고 설득하기 이전에, 우리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지 설명하는 것부터 큰 허들이었다.
물론 우리가 사업에 대해 잘 설명해서 이해시켰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사업 아이템은 소위 말하는 ‘트랜디’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연히 사람마다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통상 스타트업에서 일한다고 하면 내가 이미 쓰고 있거나 잘 아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는 경향이 많다. 그런데 우리 서비스는 20-30대가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그들의 부모님이, 부모님의 부모님을 위해 쓰는 서비스다 보니 구직자들에게 매력도가 매우 높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사업 초기에는 비즈니스의 핵심에 IT 서비스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의 직군에게 어필하기가 쉽지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시니어연구소의 공동창업자인 나와 김선중 CTO는 마이돌이라는 팬덤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1400만 다운로드가 넘는 유저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재가요양서비스의 특성상 사업 초기에 IT 서비스 보다는 실제 요양시설을 효율적으로 잘 운영하는 것이 우선시됐다. 그러다 보니 개발자나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본인의 커리어를 잘 쌓아나가기에 좋은 회사가 아닌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 실제로는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전국 스마일시니어 재가요양기관들이 정말 많은 IT 솔루션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당근마켓이나 오늘의집과 같이 인기있는 스타트업들과 당장 사업상 경쟁구도는 아니지만 인재 채용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즉, 인재 채용에 있어서는 어떤 스타트업이든, 심지어 대기업까지도 직접적인 경쟁자였던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우리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당장의 연봉, 스톡옵션 등 눈에 보이는 리워드나 복지제도를 거대 규모의 스타트업만큼 만들 수도 없었지만, 만약 그걸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건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를 키우는 것이 아닌, 치킨게임에 그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사업 초기부터 있었다.
그래서 우리 팀이 인재 채용에서 가장 중요하게 어필했던 부분은 바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 있었다. 지난 글에서 자세히 설명했지만, 우리 팀이 재창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시장’이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고, 그 시장에서 우리 팀이 기술과 경영의 혁신을 통해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는 시장, 그리고 당장 첫 달부터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사업 아이템을 선정했었는데, 이 기준이 팀원들이 우리를 선택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우리 팀이 고민하고 있는 ‘고령화’라는 문제가 한국의 특정 세대만의 고민이 아니라 전 인류의 문제라는 점을 부각하고, 실버테크 시장, 그 중에서도 재가요양시장이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에 ‘리딩 컴퍼니’가 없다는 부분을 강조했는데, 이로써 우리 팀에 합류한 사람들은 거대하고 비전도 확실한 이 시장에서 ‘리딩 컴퍼니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도록 노력했다.
회사의 비전 또한 ‘인류의 건강한 100세 시대를 연구하는 곳’이라고 정의하며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가 진정으로 인류 전체가 영원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숙제라는 것을 명문화했고, 회사를 소개하는 다양한 곳에서도 우리가 이 시장과 산업의 리딩컴퍼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우리가 도전하고 있는 시장의 가능성과 가치, 그리고 그 시장에서 우리 팀의 포지션을 강조했지만, 당연히 그것만으로 좋은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재 채용도 제품을 마케팅 하는 것처럼, 우리 회사를 ‘마케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당근마켓이나 토스와 같은 대형 스타트업과 동등하게, 그러나 훨씬 열세한 상황에서 회사에 대한 마케팅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구직자들에게 회사를 알리는 ‘마케팅 콘텐츠’ 측면에서 우리가 어떤 생각으로 재창업을 했는지, 그리고 왜 이 실버테크 시장을 선택했고, 왜 재가요양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어떤 핵심원칙을 가지고 일하는지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두 편을 제작했다. 마치 서비스나 제품 홍보 영상을 만들듯, 돈과 시간을 들여서 우리 회사의 비전과 핵심 가치들을 담는 콘텐츠를 만든 셈이다.
뿐만 아니라, 마치 B2B 세일즈를 하듯 우리 회사와 조직문화를 홍보할 수 있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직접 세일즈를 했다. 특히 집중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대학교 창업 관련 수업의 특강 자리를 빌어 우리 회사를 소개하는 일이었는데, 특강이 끝나고 따로 연락을 주셨던 분들과 함께 1:1로 식사를 하거나 커피챗을 하면서 함께 일하자는 영입 제안을 하곤 했다.
이렇게 인재영입 경쟁 상황에서 연봉이나 스톡옵션, 복지보다도 회사의 비전과 산업에 대한 가능성을 강조하고, 이를 잘 드러내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회사에 대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 팀이 제시하는 연봉 등의 조건이 시장의 평균에 비해 절대 낮은 것은 아니었다. 핵심은 더 많은 돈과 리워드를 주는 기업은 많지만, 우리 회사만큼 강한 비전과 시장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팀은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일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 덕분에 최근에는 면접에 참여하는 분들의 90% 이상이 우리가 만든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지원하고 있고, 정말 독특하게도 우리 산업의 가능성이나 우리가 제공하는 재가요양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한 확신을 가진 지원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포인트는,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가족이 재가요양서비스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거나, 우리 산업과 관련한 삶의 에피소드를 가진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최종 면접이나 합격권에 올라온 지원자의 대다수가 다른 회사와 우리 회사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만 지원했거나, 다른 곳에 합격하더라도 우리 회사의 합격 소식을 기다리는 일이 많아졌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에 뒤쳐지지 않는 급여 조건을 제시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현재의 팀원들이 우리 회사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보다 훨씬 좋은 조건, 좋은 환경을 갖춘 스타트업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좋은 팀원들이 합류하고 있고, 특히 우리 회사의 비전과 산업의 가능성을 믿고 들어오는 팀원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강조했던 비전과 포인트들, 그리고 이를 잘 담은 채용 콘텐츠들과 전략들이 잘 어필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비슷한 환경의 스타트업을 경영하고 있거나, 스타트업에 근무하실 확률이 높을 것이다. 당근마켓이나 토스처럼 인지도가 높지도 않고, 그들보다 더 파격적인 조건이나 복지제도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그들과 채용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그런 회사들 말이다. 이런 우리가, 우리보다 더 돈이 많고 인지도가 높은 스타트업과 동일한 전략으로 구직자들에게 어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리워드만 보고 우리 팀에 합류하는 팀원들은 더 큰 리워드를 향해 또 이직하거나 우리 팀을 떠날 확률도 높지 않나 싶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뾰족하고 확실한 우리만의 비전과 가치, 시장의 가능성을 더 잘 어필할 필요가 있다. 이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는 문구, 콘텐츠, 보도자료, 인터뷰 등을 만들어내는데 시간과 비용을 쓸 필요가 있고, 대표가 직접 나서서 기회가 될 때마다 회사를 마케팅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본인이 스스로 돌이켜 보았을 때, 우리 팀에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그리고 오늘 시점에서 우리 채용페이지에 지원자가 충분하지 않다면 더 좋은 리워드와 복지를 고민하기 이전에, 우리만의 비전과 가능성을 어떻게 뾰족하게 어필할지를 고민해보면 어떨까.
물론 아직 우리 한국시니어연구소도 가야 할 길이 멀고, 채용 과정의 부족함도 많기에 이 고민은 이 글을 읽는 분들뿐 아니라 오늘날 나와 우리 팀의 고민과 숙제이기도 하다. 돈보다 인재가 귀한 이 시대에, 채용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이진열 씨는 '마이돌'이라는 팬덤서비스를 운영하다 매각했으며, 현재는 마이돌의 CTO였던 김선중 님과 함께 한국시니어연구소를 재창업해 실버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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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단절된 현재를 살아가는 직장人, 스타트업人들의 직무와 일상에 연관된 글을 쓰실 텍스트 브이로거를 모십니다. ‘무료한 일상 속에서 느꼈던 감사한 하루’, ‘일당백이 되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의 치열한 몸부림’, ‘코로나19 격리일지’, ‘솔로 탈출기’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직접 경험한 사례나 공유하고픈 소소한 일상을 글로 풀어내시면 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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