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8일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공급 측면의 충격이 물가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7%로 낮췄다.
○물가, 1998년 후 최대 폭 상승
OECD는 이날 공개한 2022년 6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4.8%로 제시했다. 작년 12월에 제시한 기존 전망치 2.1%에서 2.7%포인트 상향했다. OECD의 전망대로 4.8%의 물가상승률이 현실화하면 1998년 외환위기 영향으로 물가가 7.5% 오른 이후 24년 만에 최대 폭이 된다. 글로벌 식량위기와 금융위기가 물가를 자극한 2008년에도 물가가 크게 올랐지만 상승률은 4.7%로 이번 OECD 전망치보다는 낮다.이는 최근 들어 국내외 기관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보다 높은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4.0%의 물가상승률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전망치를 4.5%로 예상했다.
OECD가 5%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제시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때문이다. OECD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확산되고 있다”며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로 국제 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것을 전제로 물가상승률을 높게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보편적인 재정 지원을 자제해야 한다는 정책 권고도 내놨다. OECD는 “재정정책은 보편적 지원을 축소하고 취약계층 지원에 타기팅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 관리 및 구조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운용할 것”을 주문했다.
○성장률 2.7%에 그칠 것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했다. 이는 OECD의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다만 앞서 IMF가 제시한 전망치 2.5%보다는 0.2%포인트 높다. 이는 IMF 전망 발표 이후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는 등 경기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최근 IMF의 성장률 전망치를 언급하며 “추경으로 성장률이 0.2%포인트가량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OECD는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네온가스 가격이 급등했지만 재고 비축, 수입 다변화, 국산화를 통해 반도체 생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공급망 관리는 “증거에 기반한 정책 수단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긍정적으로 봤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원전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OECD는 “에너지 안보 제고를 위해 새 정부의 원전 정상화 계획과 함께 배출권 총량 조정 등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에 대해 주요국에 비해 하향 폭이 작았다고 설명했다. OECD는 이날 세계 경제 성장률을 종전보다 1.5%포인트 낮춘 3.0%로 전망했다. 미국은 1.2%포인트 하향한 2.5%, 유로존은 2.6%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OECD는 저성장 고물가 국면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0.2%포인트 낮은 2.5%로 제시했다. 물가상승률은 3.8%로 예측했다. 올해보다는 1.0%포인트 낮아지는 것이지만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에 비해선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