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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수석무용수 "아기자기한 프랑스 로코 발레, 연극 관람하듯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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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 발레단의 ‘고집쟁이 딸’을 너무나 재밌게 감동적으로 봤어요. 여주인공 리즈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춤 동작을 편안하게 즐겼는데 실제로 춘다면 참 까다롭겠다 싶었죠. 그때만 해도 제가 리즈를 연기하게 될 줄은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 박슬기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가 프레더릭 애슈턴 안무 버전 ‘고집쟁이 딸’의 첫 런스루(run-through: 실제 공연처럼 중단 없이 하는 연습)를 마치고 들어왔다. 그는 “의상을 입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막 연습을 해보니 처음 봤던 무대의 재미와 감동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현존하는 전막 발레 중 가장 오래된 ‘고집쟁이 딸’은 1789년 7월 프랑스 보르도에서 초연됐다. 부잣집에 시집 보내려는 엄마 몰래 가난한 농부와 사랑에 빠져 고집을 부리는 소녀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 코믹 발레다. 2003년과 2005년 쿠바 안무가 필립 알롱소의 버전으로 이 작품을 공연했던 국립발레단은 오는 8~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애슈턴이 안무한 영국 로열발레단 버전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2007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201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박슬기는 2019년부터 거의 모든 작품의 첫 무대를 책임지는 ‘간판’으로 활약해 왔다. 이번에도 첫 공연(8일)과 마지막 공연(11일)에서 리즈 역으로 무대에 선다. 그는 “국립발레단에 들어온 이후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몸무게가 가장 많이 빠졌다”고 했다. “특별히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동작이 많은 건 아니에요.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표현을 위해 힘을 덜어내야 하는 동작들이 무척 까다롭습니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리즈 그 자체가 돼 스토리에 녹아들고 관객에게 자연스러운 웃음을 줘야 하는 게 쉽지만은 않네요.”

박슬기는 이번 애슈턴 버전의 가장 특징적이면서 주목할 만한 장면으로 1막 2장에 나오는 ‘파니 엘슬러’ 파드되(2인무)를 꼽았다. “리즈가 사랑하는 연인 콜라스와 함께 리본을 이용해 춤추며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인데요. 리본을 주고받으며 몇 초 안에 음악에 맞춰 묶었다 풀었다 하죠. 군무진과 함께 리본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내는데 장관입니다.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인간 실뜨기’ 장면이라고 하죠. 하하.”

박슬기는 ‘고집쟁이 딸’의 리즈가 그 어떤 코믹 발레 작품의 주인공보다 더 사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맑고 유쾌한 리즈의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흐뭇해진다”며 “또 다른 희극발레 ‘돈키호테’의 키트리나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카트리나보다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순수함에서 나오는 사랑스러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은 화려한 기교보다는 무용수들의 세밀하고 소소한 동작과 연기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흔히 발레 공연은 발레리나가 몇 바퀴를 돌고, 얼마나 높이 뛰는지 이런 테크닉을 기대하면서 관객도 긴장하면서 보게 돼요. 이번 공연은 그런 유형이 아니라 드라마를 즐기는 작품입니다. 상대적으로 느리고 여유 있는 템포의 음악에 맞춰 전개되는 사랑스럽고 유쾌한 스토리를 관람하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입니다.”

발레를 시작한 지 20년 가까운 경력의 베테랑인 박슬기에게도 첫 공연은 늘 긴장된다고 했다. “여러 번 해본 레퍼토리 작품이 아니라 처음 올리는 작품을 할 때는 캐스팅부터 남다른 부담감이 들어요. 엄마 말 듣기 싫어하던 제 내면의 사춘기 시절 소녀를 꺼내 사랑스러운 리즈의 모습으로 관객을 기다리겠습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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