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조정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강원 아파트 값은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방부터 시작해 수도권까지 미분양이 쌓이고 청약 경쟁률은 줄줄이 떨어지고 있지만 강원 아파트 값은 상승세를 띠고 있다.
비규제 지역이라 주말 주택 개념인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여전한 데다 중견 건설사들이 강원 지역에 브랜드 아파트 단지를 선보이고 있는 영향도 있다. 외지인과 실수요자들의 적절한 수요가 강원 집 값을 떠받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원 지역의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는 올 4월 106.1로 전달(105.8)에 비해 0.27% 올랐다. 2020년 5월부터 24개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지다가 올 들어서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 기간 상승률만 12.77%다. 올 들어서도 0.94% 상승했다.
이에 비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는 주춤한 모습이다. 올 4월(104.2)에 전월 대비 0.01% 떨어졌고, 올 들어선 매월 하향세를 띠고 있다.
강원 집 값을 뒷받침한 건 강릉과 속초의 역할이 컸다. 실제 강릉 지역의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는 올 4월 109.8을 기록해 전월(109)에 비해 0.73% 상승했다. 속초의 경우 올 4월 116.4로 전월(115.7)에 비해 0.64% 올랐다. 속초 아파트는 올 들어서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올 들어서만 2.64% 올랐는데, 전국 기준으로 봐도 상승세가 상위권에 속한다.
속초 동명동에 있는 속초디오션자이(전용면적 131㎡)는 올 2월 최고가인 17억4008만원에 거래됐다. 2020년 하반기만 해도 12억원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까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가 적용되면서 상대적으로 비규제 지역인 강원에 외지인의 투자가 몰린 영향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강원 아파트 매매 거래 3건 중 1건은 외지인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규제 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심하고, 청약 자격이나 전매 제한 등 각종 규제의 영향도 덜 받는다. 여기에 교통 호재도 있다. 춘천에서 속초를 연결하는 동서화고속철도 사업과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 사업이 오는 2027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2017년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돼 외지인들이 휴양을 목적으로 한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강원 지역 평균 청약 경쟁률은 올해 16.6 대 1을 기록했다. 2019년 2.56대 1에서 6배 이상 뛰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비규제 지역이라는 장점이 있는 데다 전국으로 이어지는 광역교통망 신설에 대한 기대가 형성돼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때 신축이 없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지만 중견 건설사들이 강원 지역에 브랜드 아파트를 앞세워 진출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