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방위산업 관련주가 관심 종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에도 방산주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각국의 국방예산 증가 사이클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방산업체들의 기술을 강조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는 지난달 31일 전 거래일보다 700원(1.35%) 오른 5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주가는 무려 59.57% 급등했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각각 14.62%, 8.67% 상승했다.
그동안 방산주는 세계 평화 속에 꿈쩍 않던 무거운 종목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위기를 촉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개월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고 유럽 국가들의 안보 위기 의식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국방예산이 증가하는 시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방위 산업은 해외 시장에서의 다양한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리하고 있지만 사실 세계 각국의 국방력 강화 움직임은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세계 최고 군사 강국으로 평가받는 미국은 201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국방예산을 꾸준히 증액해왔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남중국해 및 필리핀해 주권 다툼이 더욱 거세졌고 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국방예산 증액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유럽 지역 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국가 중심의 국방예산 증액 압력도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인 약 70억달러를 넘어섰다. 무기 수출액이 처음으로 무기 수입액을 웃돌았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글로벌 무기 수출 비중은 2.8%로 세계 9위 수준이다. 하지만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5년간 수출 실적 대비 2017년 이후 2021년까지 5년간의 수출 실적 증가율은 177%로 독보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사일·장갑차 등 글로벌 경쟁 제품 대비 기술력은 뒤떨어지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은 저렴한 가성비가 최고의 경쟁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시작이 좋다. 지난 1월에는 약 4조원대의 천궁2 지대공미사일 수출 계약 소식이, 2월에는 2조원대의 K-9 자주포 수출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3월에도 1조원대의 방산물자 수출 계약 소식이 이어졌다.
국산 전차·장갑차·미사일 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국방예산 증액을 추진 중인 북미, 유럽, 동남아, 중동 지역 국가들로부터 추가적인 수출 계약 소식은 얼마든지 전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 체결 논의가 시작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올해 우리나라 방산 수출 실적이 100억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방산업종 추천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등을 제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하반기 호주 레드백(Redback) 장갑차 수출 기대감이 높다. K-30 비호복합체계는 사우디 등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 추진도 긍정적이다. 한미 미사일지침 폐기 이후 고체연료를 활용한 새로운 무기 체계 개발 가능성도 높다.
한국항공우주는 항공기 기체 부품 수요 증가, 오는 15일 누리호 2차 발사, 7월 KF-21 보라매 시험비행 등 시장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성장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완제기 수출 재개와 함께 올해도 추가적인 수출 계약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LIG넥스원은 올해 초 우리나라 대표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궁2의 첫 수출에 성공한 바 있다. 국산 유도무기의 첫 수출을 통해 해외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해외 수주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국방분야가 포함되지 않음으로써 한국 방산기업들이 수혜를 입지 못했는데 이번 RDP 논의가 향후 성사될 경우 방산주들의 대미 수출 증가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다만 RDP 협의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 이제 협의를 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행여부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