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불패’로 불리던 서울에서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강해진 대출 규제 적용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브랜드 아파트마저 맥을 못추고 있다.
브랜드 아파트도 당첨자 약 30%가 계약 포기
1일 한화건설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497가구)가 2일 미계약분 13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는다. 이 단지는 청약 당시 일반분양 328가구에 2347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7.3 대 1을 기록했다. 아파트 공급이 적은 서울에 들어서는 브랜드 단지인 데다 우이신설선 삼양사거리역, 지하철 4호선 미아역과 미아사거리역 등이 가까워 실수요자의 관심을 끌었다.그러나 예비 당첨자까지 줄줄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왔다. 당첨자가 계약하지 않으면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되지만 높은 분양가 때문에 대거 계약을 포기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0억8921만~11억4524만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높은 편이다. ‘두산위브 트레지움’(2011년 준공·1370가구) 같은 면적의 매매 호가는 9억7000만~11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래미안트리베라2차’(2010년 준공·1330가구)는 10억3000만~11억2000만원 수준이다. 강북구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을 겨냥해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한 게 ‘패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차 무순위도 미달…청약시장 ‘찬바람’
다른 단지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분양한 아파트 9곳 가운데 5곳에서 미계약 물량이 나왔다. 청약홈에 따르면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전체 경쟁률 6.4 대 1)는 일반공급분 216가구의 91.6%에 해당하는 198가구가 미계약됐다. 지난 4월 11일 무순위 청약에 526명이 신청했지만 133가구가 또다시 미계약분으로 남았다. 이어 지난달 11일 진행한 2차 무순위 청약에는 접수자가 잔여 가구보다 적은 97명에 그치는 바람에 여전히 미계약 물량을 털어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예비 당첨자의 계약 여부가 확정되는 대로 공고를 내고 6월 초에 3차 무순위 청약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그나마 소규모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은 단지들은 무순위 청약을 통해 물량을 해소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 자이 폴라리스’(34.4 대 1)는 무순위 청약을 통해 미계약분 18가구의 계약을 마쳤다.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역 더하이브 센트럴’(67.1 대 1) 역시 미계약 물량 3가구를 무순위 청약으로 처리했다. 구로구 개봉동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22.1 대 1)은 지난달 30일 무순위 청약 3가구에 546건이 신청했으며 3일 당첨자 발표 후 10일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평균 청약 경쟁률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2018년 30.6 대 1, 2019년 31.7 대 1, 2020년 88 대 1로 급등한 뒤 지난해에는 164.1 대 1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올해는 5월까지 경쟁률이 29.9 대 1에 그치고 있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청약 열기가 급랭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월 모집공고를 받는 단지부터는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할 경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금융권 40%, 2금융권 50%를 적용받는다. 여기에 오는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자로 규제 대상이 확대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강해진 대출 규제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분양가가 높을수록 아파트 청약 당첨자들은 자금 계획을 짜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예년에 비해 청약통장을 신중하게 사용하면서 평균 경쟁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