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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커피 값 싸진다고? 정부 물가대책에 식품업계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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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식탁물가를 잡기 위한 긴급 민생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식품업계에선 물가 하락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관세를 없앤 밀이나 돼지고기 대부분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부터 무관세 수입을 하고 있는데다, 부가가치세 면세 조치도 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적용 대상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30일 밀 ·밀가루, 식용유(대두유·해바라기씨유), 돼지고기 등 식품원료 7종에 대해 연말까지 할당관세(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중 관세가 가장 높았던 품목은 돼지고기다.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 현재 22.5~25% 관세율을 0%로 낮추면 판매자들은 최대 20%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당장 돼지고기 가격 인하로 연결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육가공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산 돼지고기는 FTA로 이미 무관세이고, 다른 국가의 경우에도 6개월치 재고분을 이미 높은 관세로 들여왔기 때문에 당장 제품가격을 내리긴 어렵다"며 "중장기 안정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밀과 밀가루 관세도 각각 1.8%, 3%에서 모두 0%로 낮아지지만 물가 안정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의 밀 수입은 미국, 호주, 캐나다가 99%를 차지한다. 이들 국가는 모두 FTA 체결국가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와 물류비 상승으로 두 배이상 원가가 오른 상황에서 1~3%의 관세 면제로는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국제 곡물가 평균지수는 올 1분기 기준으로 지난 2020년 1분기보다 대두는 72.2%, 밀(원맥) 62.3% 상승했다.

식료품비 인하를 위해 병·캔 등 개별포장된 김치와 된장, 고추장, 간장 등 가공식료품의 부가가치세(10%)를 내년까지 면제하겠다는 정부의 조치도 실효성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많다. 예를 들어 김치의 경우 비닐포장 제품이 70% 이상으로 이들 제품은 이미 면세 품목에 해당한다. 이번에 면제 혜택을 받는 병, 캔, 파우치 등에 들어간 김치는 시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특히 커피업계는 이번 정부의 대책 발표로 크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부 대책 보도자료에 "커피·코코아원두 부가가치세 면제로 원재료비 9% 절감"이라고 명기해놓았지만, 정작 원두와 생두를 구분하지 않아 업체별로 파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동서식품, SPC 등은 생두를 수입해 가공하는 커피제조업체이며, 스타벅스 등 커피유통업체들은 해외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직접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 제조업체들은 부가가치세를 이미 환급받고 있어 이번 조치가 영향이 없다는 의견이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발표가 구체적이지 않아 제조사와 유통업체에 대한 정책효과가 다를 것이란 의견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어 업계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커피업계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원재료비 절감 수치를 넣어놓은 것은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라며 "이미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 구조에서 기업들이 면세를 받는 것도 아닌데 9% 가격인하를 하라는 일종의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다만, 정부의 이번 대책 발표가 심리 안정의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 안정 의지를 보임으로써 일각에서 벌어지는 사재기 등을 안정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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