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를 당초 정부안 59조4000억원보다 2조6000억원 늘린 62조원(지방재정교부금 포함)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소상공인 지원 범위가 넓어지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 법인택시·전세버스 기사에게 돌아가는 지원금도 늘어나게 됐다.
코로나19 격리 치료비, 사망자 장례비 등 방역 예산과 소상공인 잠재부실채권(금융회사에 진 빚)을 구조조정하기 위한 정부 예산도 증가했다. 추경 규모 확대에도 ‘적자 국채’는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당초 정부가 계획한 국채 상환액을 줄이기로 했다. 그만큼 국가 채무 비율은 나빠질 수 있다.
중앙정부 기준, 36조4000억원→39조원
정치권이 합의한 추경안은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과 특고 등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을 정부안보다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상금(손실보전금)을 지급할 때 대상이 되는 소상공인 기준을 당초 정부안인 ‘연 매출 30억원 이하’에서 ‘연 매출 50억원 이하’로 완화했다.이에 따라 사업자당 최소 600만원, 최대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손실보전금 지원 대상은 정부안 370만 명(사업자)에서 371만 명으로 1만 명가량 늘었다. 추경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는 이르면 30일부터 손실보전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방과후 강사, 보험설계사 등 특고·프리랜서와 저소득 문화예술인의 소득 안정을 위한 지원금은 정부안 100만원의 두 배인 2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를 위해 원래 7000억원이었던 예산을 1조4000억원으로 늘렸다.
법인택시·전세버스 기사에 대한 소득안정자금 지원액도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증가했다. 관련 예산은 3000억원에서 4500억원으로 뛰었다.
여야는 소상공인에 대한 저금리 대출, 잠재부실채권 매입 등 금융 지원에도 예산을 추가 배정했다. 소상공인의 잠재부실채권 30조원어치를 매입하기 위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출자금 규모를 7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4000억원 증액한 게 대표적이다.
코로나19 관련 격리 치료비, 사망자 장례비, 파견 인력 인건비 등 방역 지원 예산은 7조2000억원으로, 정부안(6조1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 늘렸다. 무기질 비료 가격 인상분에 대한 국고 부담률을 정부안(10%)에서 30%로 확대하는 등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한 사업도 강화했다. 지역사랑 상품권 2조5000억원어치를 추가 발행하기 위한 1000억원의 국고 지원도 이번 추경안에 새로 들어갔다.
재원 마련 위해 국채 상환 대폭 줄여
이번 합의로 늘어난 중앙정부 추경액은 2조6000억원이다. 여기에 당초 정부안에서 깎기로 했던 예산 중 2000억원을 여야가 되살렸다. 이에 따라 총예산은 2조8000억원 증가하게 됐다.이렇게 늘어난 소요 예산은 국채 상환액을 줄여 충당하기로 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총 53조3000억원에 달하는 초과세수 가운데 9조원을 국채 축소에 쓰기로 돼 있었지만 여야는 이를 7조5000억원으로 줄였다. 1조5000억원을 덜 갚기로 한 것이다. 남은 1조3000억원은 공공기관 출자수입(8000억원), 기금 여유자금(5000억원)으로 조달한다. 적자국채 발행은 원래 계획대로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였던 추경을 늘리기 위해 국채 상환을 줄이기로 한 국회 결정은 재정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9조원의 국채 축소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1%에서 49.6%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었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도 지난 11일 추경안 브리핑에서 “초과세수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선 부채 축소는 9조원보다 더 하는 것이 맞다”며 “더 할 수 있다면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