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회사가 오피스텔을 직접 개발하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주도하는 등 부동산 시장 전면에 나서고 있다. 수익 확대를 위해 소비자를 직접 찾아 나서는 모습이다. 토지 자산을 위탁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개발신탁이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주력이던 이전과 달라진 행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은 다음달 서울 방배동에서 주거용 오피스텔 ‘인시그니아 반포’를 선보인다. 지하 5층~지상 20층 2개 동 148실 규모다.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정했다.
코람코가 오피스텔 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시그니아는 코람코의 첫 주택 브랜드다. 코람코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해 부지 매입과 분양,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코람코는 리츠를 통해 임대용 부동산을 보유한 민간 리츠 1위 업체지만 경쟁이 치열해지자 직접 시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인시그니아 브랜드를 앞세워 다른 주택단지도 개발할 방침이다. 코람코 관계자는 “신탁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츠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 개발 등 업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탁업계 맏형인 한국토지신탁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신탁(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이 전체 사업의 절반을 웃돌았지만 지난해부터 사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개발신탁 수주액이 843억원으로 2020년(1155억원)보다 27% 줄어들었다. 대신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수주액은 같은 기간 421억원에서 810억원으로 92%, 리츠사업은 135억원에서 379억원으로 180% 증가했다.
신탁사가 재건축·재개발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추진하는 도시정비사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최근 경기 군포 금정역세권 재개발사업 요건(동의율 50%)에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2위인 한국자산신탁도 군포 산본 1-1지구에서 동의율을 절반 가까이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신탁사가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것은 치열한 경쟁과도 관련이 깊다. 국내 신탁사는 1996년 설립된 한국토지신탁을 비롯해 2009년까지 11곳이었다. 2019년 말 한국투자, 대신, 신영 등 세 곳이 신탁업 인가를 받아 14곳으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외곽과 지방 아파트 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기존 아파트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정비사업을 비롯해 새로운 수익원 발굴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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