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지는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입장권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 25일 예매사이트 먹통으로 인해 티켓을 구하지 못한 축구팬들이 앞다퉈 '암표'를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 사이트에는 브라질전 입장권을 판매한다는 글과 함께 구매를 원한다는 글까지 1시간에 수십번씩 올라왔다가 거래가 완료되면 삭제되고 있다. 6만원 짜리 2등석A 입장권 1장이 10만원, 레플리카 축구 유니폼이 제공되는 23만원짜리 프리미엄C 입장권은 2장 150만원(장당 7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 판매자들은 직거래나 입금이 확인되면 모바일티켓 선물하기 기능으로 입장권을 보내준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을 볼 수 있는 첫 6월 A매치인 데다가 피파 세계 랭킹 1위인 브라질과의 경기인 탓에 판매 시작 전부터 축구 팬들의 예매 전쟁이 예상됐지만 이번에도 정상적인 서버 운영에 실패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월 아랍과의 평가전에 이어 올해만 2번이나 서버가 마비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올해 초 많은 축구팬들에게 불편을 끼쳤기 때문에 다시는 서버가 마비되는 일이 없도록 여러 방면에서 준비를 했다"며 "협회 뿐만 아니라 이번 티켓 판매에 함께 하는 업체들 모두 신경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25일 오후 5시 티켓 판매 시작과 동시에 약 70만명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예매 사이트는 먹통이 됐다. 판매가 시작된지 2시간이 지나도록 접속 대기자 수는 20만명에 달했다. 어렵게 접속을 하더라도 수차례 오류가 나는 등 입장권 예매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지인 3명을 대동해 1시간 전부터 준비했지만 1장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대학생 김모 씨(25)는 "대학교 수강신청도 힘들지만 빨리 클릭하는 사람이 가져가는데 이번 친선경기 예매는 오류 때문에 운이 좋은 사람만 예매할 수 있어 불공평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행사 주최 측이 암표 방지를 위해 대책을 고민하지만 근절이 쉽지 않다. 개인 사정으로 티켓을 양도하는 사람과 암표상을 구별하기 어려워 강력한 단속에 나서진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온라인 티켓 판매 및 거래의 경우 단속이 어렵고 처벌도 쉽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해킹과 매크로 등 부정한 수단을 대거 동원해 부당이득죄나 업무방해죄에 이를 정도가 아니라면 경범죄처벌법 제3조 암표매매 조항 밖에는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장 판매가 아닌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단속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법무법인 동인의 이민규 변호사는 “경범죄처벌법은 포괄적인 법률이기 때문에 암표를 직접적으로 규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