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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자동차 기업들의 전파 통행세, 피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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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넥티드, 자율주행 관련 특허료 부담 점차 늘어

 자동차와 자동차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배경은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 기능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차는 사물이어서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팔 동작 등의 수신호를 하지 않는다. 오로지 전파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 그런데 자동차와 자동차, 자동차와 사물이 통신하는 커넥티드 이전부터 모바일은 언제나 전파 통신을 전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파 통신과 관련한 기술은 통신 및 IT 기업에 몰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동차의 연결성(Connectivity)과 자동차 스스로 주행 판단에 필요한 외부 정보 등은 전파를 통해 외부에서 받아들이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통신 기업과 차별화를 시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독자적인 방식을 찾는다 해도 그물망처럼 촘촘히 얽힌 통신 및 IT 기업의 특허를 피해가는 것은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이들 또한 기업의 지속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관련 특허를 취득해 온 탓이다. 다른 사물이 보내는 전파를 어떻게 받을지, 받는다면 해당 정보를 어떻게 해석할지 수많은 방식을 검토하며 최적의 소통 방법을 연구해 왔다는 뜻이다. 

 연결성과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인 자동차기업도 통신 특허에 취약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동 수단 제조사는 역사적으로 자동차의 기계적 움직임과 관련한 특허 취득에 매진했을 뿐 자동차가 외부와 소통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령 전망을 했더라도 통신 기업의 역사와 비교할 때 완성차기업의 IT 커뮤니케이션은 최근의 행보여서 기술은 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와 통신 기업의 협업은 빠르면서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두 기업 간 협업이 아닌 자동차회사 스스로 독자적인 사물 커뮤니케이션을 꾸준히 강화한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모든 영역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고집(?)이 좀처럼 식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그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려도 대부분 특허에 가로막혀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최근 독일 연방법원은 포드의 통신칩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독일 내 판매를 금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포드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4G 통신칩을 내장한 것 자체가 특허 침해라는 판단이다. 물론 항소는 가능하지만 포드의 승소를 예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결국 포드 또한 특허 보유자와 합의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여기서 특허 보유자는 여러 기업의 특허를 위임받은 특허 전문기업이다. 이번 포드에 소송을 제기한 곳은 일본 내 3,000여개의 기업 특허를 위탁받은 IP 브릿지로 알려져 있다. 흔히 업계에선 이들을 특허 괴물로 부르기도 한다. 

 비슷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어왔다. 앞서 폭스바겐 또한 IP브릿지에게 소송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폭스바겐은 특허 플랫폼 '아반치'로부터 라이선스를 구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아반치는 국내 KT 및 SKT 등도 가입된 글로벌 통신특허 연합으로 핀란드 노키아, 일본 NTT 등 48개 통신 기업이 속해 있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나라의 자동차회사가 커넥티드 기능을 위한 부품을 개발할 때 특허 사용료를 받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1대당 커넥티드 관련 특허료는 15달러 내외로 알려져 있다. 

 물론 특허 그물망을 피해가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GM은 미래 전략 과정에서 통신의 중요성을 인식해 일찌감치 통신 기업과 손잡고 다양한 기술을 확보해왔다. AT&T와 손잡고 5G 통신이 가능한 차를 2024년 내놓는 게 대표적이다. 다임러와 토요타, 현대차 등도 특허 회피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이동 수단, 즉 SDV(Software Defined Vehicle)다. 자동차기업마다 기계적인 플랫폼의 표준화에 매진할 때 과연 제품 차별화를 무엇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나온 용어다. 하드웨어 플랫폼이 동일할 때 디자인도 차별화 요소지만 이용자에게 또 다른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처음 자동차를 구입할 때 계기판 색상이 3가지로 바뀌었다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10가지로 늘려주는 것이 가능하고 이때 이용자는 마치 새로운 자동차를 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심지어 운전자의 주행 특성을 고려해 승차감, 가속력 등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바꿔줄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은 결국 전파 기반의 무선 통신을 활용하는 만큼 완성차기업에게 통신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5년 전 GM의 메리 바라 회장을 만났을 때 던졌던 질문이 떠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당시 질문은 "만약 100년 후 GM을 떠올리면 어떤 기업이 돼 있을까 상상해 본 적이 있나?"였다. 당시 메리 바라 회장은 주저 없이 흥미로운 답변을 내놨다. 아마 "GM은 자율주행 이동 수단의 제조와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통신 기업이 되지 않을까?"라는 답이었다. 자동차의 지능 발전 수준을 고려하면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결국 자동차도 지능형 로봇으로 향해가고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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