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24일 긴급 기자회견에 민주당이 갈라지고 있다. 민심에 부응하는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내용이었지만, 사과를 했다는 점에서 강경파의 반발이 거세다. 지도부 내에서도 회견 내용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열음이 감지된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맹목적 지지에 갇히지 않고 대중에 집중하는 당을 만들겠다"며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말 많이 잘못했다.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며 10초간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내로남불', 성 비위 의혹 등 당내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강경파가 막아서는 관행에 맞서 민주당을 바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방선거 판세가 불리해진 상황에서 대중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약속하며 지지를 읍소한 것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박 위원장의 기자회견에 동조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박 위원장의 의지에) 당 전체가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했고,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도 "당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당내 강경파에게서는 '내부 총질'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대표적인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박지현 아웃'이라는 글이 쏟아졌다.
지도부 내에서도 파열음이 나왔다. 회견 후 박 위원장은 '86(그룹) 용퇴론' 등 실질적인 반성의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를 묻자 "86 용퇴도 그렇고 젊은 민주당으로 나가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당내 논의를 거쳐 금주 내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에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과 협의된 바 없다. (지도부와도) 논의된 적 없다"며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라고 일축했다. 지도부 다수는 박 위원장의 기자회견 일정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회견 내용은 공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주 내에 당 쇄신안을 발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도부 차원의 의결을 받아야 발표할 수 있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대위 체제로 전환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이다. 특히 '86 용퇴론'은 당내 이해관계가 맞물려 단시간에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당내에서는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쇄신 행보를 뒷받침한 '정당혁신추진위원회'의 안이 나오지 않겠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 혁신위는 선출직 공직자 공천 시 특정 세대가 전체의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세대균형공천', '지방의회 의원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제한' 등을 제안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