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HLB)의 관계사인 미국 이뮤노믹테라퓨틱스가 교모세포종 신약 후보물질 임상 2상 시험 환자 등록 절차를 마쳤다. 늦어도 8월 안에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환자 생존율을 크게 늘렸던 임상 1상 시험처럼 낙관적 결과를 기대한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윌리엄 헐 이뮤노믹테라퓨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와 만나 "임상 2상 환자 등록 절차는 마무리 됐다"며 "탑라인 결과는 1~3개월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늦어도 올해 8월께면 신약 후보물질인 'ITI-1000'의 교모세포종 임상 2상 시험이 성공했는지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헐 CEO는 "올해 11월께 미국 신경종양학회 연례회의에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며 "1상 결과를 재현할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이뮤노믹은 수지상세포 등 항원제시세포를 활용해 면역계가 암을 잘 공격하도록 돕는 유나이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ITI-1000'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이뮤노믹에서 개발하고 있는 교모세포종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2006년 첫 환자 대상 임상 시험에 들어갔고 올해 임상 2상 시험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뮤노믹은 임상 2상 결과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속심사를 신청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20년 간 교모세포종 치료제로 새롭게 승인 받은 의약품이 없어 환자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이 후보물질은 임상 1상 시험에서 환자의 생존기간 중앙값(mOS) 40개월을 달성했다. 대조군이 14개월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환자 생존율을 크게 높인 결과다. 장기 생존률은 30%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은 5년 생존율이 10%를 넘지 못해 '난공불락'의 암으로 꼽힌다. 이뮤노믹은 이를 바이러스 타깃 세포치료제로 접근하고 있다. 환자의 백혈구를 뽑은 뒤 교모세포종에서 많이 발현되는 거대세포바이러스(CMV)의 PP65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백신을 주입한다. 이를 통해 해당 단백질을 공격하도록 만든 세포를 다시 몸 속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항체나 화학합성의약품을 활용한 치료제는 뇌혈관장벽(BBB)를 뚫지 못해 암이 생긴 곳까지 도달하는 게 어렵지만 이 치료제는 자가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암 병변에 쉽게 도달한다. 부작용도 없었다는 게 헐 CEO의 설명이다.
이뮤노믹은 악성 피부암으로 꼽히는 메르켈세포암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플라스미드DNA를 활용한 ITI-3000이다. 올해 2월 FDA에 임상 1상시험 계획승인(IND) 신청을 했고 12명 대상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헐 CEO는 조만간 환자 투여를 시작해 7월 말께 1상 환자 투여를 모두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뮤노믹은 나스닥 상장을 계획 중이다. 여러 주관사를 통해 제안서를 받고 있는 단계다. 헐 CEO는 "바이오 투자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파이프라인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저평가 받으면서 무리하게 기업공개(IPO)에 나설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2025년께 국내에 뇌센터를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ITI-1000 생산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되면 미국 메릴랜드에 있는 세포치료제 연구소와 같은 시설을 한국에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