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 원유 금수 곧 전원 합의”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전날 독일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EU 회원국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에 수일 내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 집행위원회(EC)와 미국은 국제 유가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EU는 지난 4일 6차 제재안을 발표하며 6개월 내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려 했다. 러시아의 자금줄인 원유를 겨냥한 조치였다. 헝가리가 어깃장을 놨다. 헝가리는 원유 수입의 65%를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때문에 수입 중단 보상금(8억 유로)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EU 차원의 제재가 시행되려면 27개국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EU는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들에 20억유로(약 2조 7000억원) 제공할 방침이다. 지원정책에 따라 헝가리도 입장을 바꾼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원유 금수만으론 러시아에 직격타를 입히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벡 장관은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해야 효과가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EU는 미국과 함께 국제 유가 상한선도 마련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며 발생한 부작용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이 감소했지만 국제 유가가 상승해 이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뒀다.
잘 먹어야 싸우지, 곳간 채우는 EU
러시아 제재로 인해 EU 회원국들의 재정 부담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재건을 비롯해 난민 수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 회원국들이 예산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유럽 집행위원회가 2020년에 편성한 예산 여유분이 대부분 소진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2027년까지 7년짜리 장기 예산안(MMF)을 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우크라이나 재건, 난민 수용 등에 예상치 못한 지출이 증대돼 예산안 재편성 부담이 증가했다.
EU 내부에선 잠재적으로 수백억 유로에 육박하는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 방식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목적을 위한 예산을 추가하거나 전체 예산을 다시 조정하는 방식 중 하나를 택할 방침이다.
불어난 비용에 러시아 자산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슬로바키아 등 4개국은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에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4개국은 공동 서한을 작성해 24일 개최되는 EU 재무 장관회의 제출할 예정이다.
서한에 따르면 4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러시아가 감당해야 하고, 유럽연합이 러시아 자산을 최대한 우크라이나 재건에 보탬이 되는 법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C는 지난 18일 압류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에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 안에 몰수법 강화 등 새로운 방편을 공개할 예정이다. 크리스티안 위간드 EC 대변인은 “자산 몰수는 자산 동결과 다르다”며 “러시아 자산을 몰수하려면 형법상 유죄 판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도 러시아 사업 철수
서방 국가들이 단일대오를 이뤄 러시아를 압박하자 기업들이 탈(脫) 러시아 행렬을 이어갔다. 전방위적으로 러시아가 고립되어 가는 상황이다.스타벅스는 23일 러시아 내 130여개 프랜차이즈 점포에서 스타벅스 로고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15년 만에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 지난 16일 맥도날드도 러시아 내 847개 매장을 모두 매각하고 러시아 사업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구글의 러시아 자회사도 파산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엑손모빌, 쉘 등 에너지 기업도 러시아 사업 철수를 공언했다. 프랑스의 완성차업체 르노도 러시아 자회사 지분을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 넷플릭스 등도 철수를 선언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 내부에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이 정당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다. 23일 스위스 제네바 주재 유엔 사무국에서 근무하는 러시아 외교관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해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