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의 한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대형 화물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행자는 보행 신호에 맞춰 건너고 있었음에도 화물차가 교통법규를 어기고 우회전하다 사고를 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체 보행 사상자 중 우회전 때 보행 사상자는 약 10%에 이른다. 한국의 신호등 체계는 직진과 좌회전의 허용 여부를 표시하는 신호 시스템만 있다. 대부분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을 위한 신호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일부 설치된 것도 황색 점멸등이거나 보행 신호등과 반대로 동작하는 방식이다. 사전 예고 없이 돌발적으로 변하는 보행 신호에 대비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 화물차처럼 차체가 높은 차량은 운전자가 사각지대에 있는 어린이나 노인을 확인하기 어렵다.
우회전하는 차가 제어장치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지한다면 우회전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차량과 사물 간 연결(V2X) 등의 장비가 이에 해당한다.
ADAS는 차량에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을 적용해 차량이 운전 중에 발생하는 상황을 인지해 운전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다. V2X는 차량(V)이 유선 또는 무선망을 통해 사물(X)과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부적으론 차량과 차량 간 연결(V2V), 차량과 보행자 간 연결(V2P), 차량과 네트워크 간 연결(V2N), 차량과 인프라 간 연결(V2I) 등으로 나뉜다.
이처럼 차량 내에 장착된 장치와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우회전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가령 주행 중 내비게이션에 설정된 경로 가운데 우회전해야 하는 지역이 있다면 운전자에게 감속 요청 또는 주의 운전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게 가능하다.
또 교차로 우회전 시 카메라, 레이더 등 센서를 활용해 횡단보도와 보행자, 신호등의 상황을 살필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운전자에게 주의 운전을 경고하거나 보행자 스마트폰에 차량 접근 정보를 전송하는 게 가능하다. 상황이 급박하다면 차량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을 제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안전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고도화된 센서와 제어기뿐 아니라 빅데이터,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도 필요하다. 현대모비스는 AI,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과 협업하면서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머지않아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 안전을 위한 주행 시스템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