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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들고 오지 말라"…'일하는 방식' 달라진 장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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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터 보고서는 들고 오지 마세요.”

지난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재한 첫 간부회의가 끝나자 국토부 실·국장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원 장관은 “간부들이 회의와 보고를 준비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며 “앞으로 ‘페이퍼리스(종이 없는) 회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동안 국토부 간부들은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낯설어했지만, 이제 새로운 문화로 정착됐다는 평가다. 원 장관은 수시로 SNS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취임식도 집무실에서 혼자 유튜브로 했다.

정부 부처 장관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23일 관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취임한 장관 다수가 업무 방식과 조직문화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관례대로 하던 불필요한 업무를 최대한 줄이고,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는 같다. 업무 효율을 민간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조직문화는 정보기술(IT) 기업처럼 바꾸는 게 최종 목표라고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첫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불요불급한 회의와 자료 준비, 행사용 자료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보고는 형식을 갖추는 것보다 제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좋은 정책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는 것이다. 조직문화도 대폭 바꾸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고시 기수 중심의 인사 관행을 개선해 과감한 기수 파괴 인사를 하겠다”며 “직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타운홀미팅을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회의도 서면자료 없이 했다. 각국의 보고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타이머도 비치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장관 보고용 기사 스크랩을 만들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내가 태블릿으로 기사를 다 보는데 100페이지가량 되는 기사 스크랩을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직원들이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직원들에게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내부용 보고는 오타가 있어도 괜찮으니 양식을 고민하지 말라”며 “대신 수시로 보고하고 모두가 치열하게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자”고 했다. 보고는 짧게 자주, 나쁜 내용일수록 더 빨리 하라는 것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보고서 만들 시간에 현장에 나가서 국민 목소리를 더 들으라”고 지시했다.

장관들이 취임하자마자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하는 것은 최근 공무원 사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이직을 위해 취업 심사를 신청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831명으로 5년 전보다(549명) 크게 늘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인사 적체와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보복 인사, 보수적인 조직문화 등이 주 이유로 거론된다.

도병욱/김은정/황정환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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