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보다 안전해진 자동차 덕분에 교통사고가 줄었을까? 역설적이게도 미국에서 지난해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지난해 미국의 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이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청(NHTS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는 4만2915명으로 전년 대비 10.5% 늘었으며,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자동차로 인해 사망한 보행자는 7300명 이상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휴대폰 사용 등 산만한 운전습관과 더불어 기록적으로 높아진 차량의 성능과 무게 등을 복합적인 이유로 꼽았다. 차량이 크고 무거울수록 충돌할 때 더 위험하며, 특히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처럼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도로 사용자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미국 환경청(EPA)에 따르면 신차의 무게와 마력 모두 최고 수준이다. 평균 마력은 10년 이상 꾸준히 늘어 1975년에 비해 거의 80%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시된 모델을 분석한 결과, 평균 246마력에 달했고 일부 최신 제품은 700마력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300마력만 넘어도 거의 총알처럼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최근 몇 년간 트럭 판매 증가로 평균 무게도 함께 늘어 2021년형은 4100파운드에 달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 보험 연구소의 수석 연구 책임자인 데이비드 주디는 “트럭이나 SUV는 운전자가 시야를 확보하는데 유리하지만, 차의 바로 앞은 아예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동 비상 제동, 사각지대 모니터링과 같은 신기술을 표준화하면 충돌과 사망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 차량을 대중화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의 마이클 브룩스 자동차 안전센터의 전무 대행은 “사람들은 화려하고 큰 차를 원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전보다 더 많이 서로를 죽이고 있는셈”이라고 경고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