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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상희의 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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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 기자] 잎의 개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클로버. 눈을 조금만 더 동그랗게 뜨면 세잎과 네잎을 손안에 넣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운이 아닐 때, 특히 무한한 행복을 상징하는 일곱 개의 풀잎이라면 간절함은 배가 될 것. 배우 우상희는 희미로운 연기로 말미암아 지나친 기쁨을 느끼는 중이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이 살면서 느끼는 행복 중 제일인 것 같아요. 연기로 표현이 안 되는 건 절대 없다는 걸 인지한 순간 용기를 얻었고, 나아가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기분을 받았어요. 하루빨리 좋은 작품을 만나 꾸준하게 유별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차분하지만 어딘가 신이 난 듯 이야기하는 그의 눈동자에는 반짝이는 칠잎 클로버가 한가득이다. 얼굴이 다한 화보에 이어 정성이 다한 인터뷰를 따라가 보면 묘한 설득이 기다리고 있을 것.

Q. 데뷔 이래 공식 첫 화보였어요. 오늘 촬영은 어땠나요?

“전날부터 많이 설레고 떨렸어요. 푹 자야 컨디션이 괜찮다는 걸 알면서도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든 것 같아요. 그래도 스태프분들이랑 수다를 떨면서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린 덕분에 편안하게 녹아들 수 있었어요. 또 무엇보다 콘셉트마다 보여드릴 수 있는 매력이 달라서 너무 좋았어요”

Q. 신인인데도 포즈를 척척 소화해서 놀랐어요. 끼가 다분한 것도 맞지만, 약간의 연습도 뒤따랐겠죠(웃음)?

“하하. 물론이죠. 데뷔 전에는 이따금 모델 활동도 했어요. 아무래도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다 보니 최대한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책임이 있었죠. 해서 잡지나 광고 시안을 찾아보면서 많이 연습했어요. 처음에는 각도나 포즈에 대해 무지했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확실히 는 것 같아요. 또 실장님 디렉팅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고 해준 덕분에 잠재된 이미지들을 깨닫게 되었달까요(웃음)”

Q. 원래는 다른 진로를 준비했다고요. 어쩌다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된 건가요?

“군인인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 저 역시 군인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고3 때 직업체험을 하다 육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인 분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직업의식이나 사명감에 대해 크게 느끼고 나니까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줄곧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품어왔다는 걸 깨닫고는 바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죠. 당시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고 불안했는데 오히려 부모님께서 꿈을 응원해주셔서 조바심 내지 않고 열심히 나아가는 중이에요”

Q. 요즘 독립영화 촬영 중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캐릭터를 소화하게 됐나요?

“지금 ‘아침엔 사랑했지만 저녁엔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장편영화를 찍고 있어요. ‘서도희’라는 인물을 맡았고 직업은 화가예요. 인생에서 실패 경험이 전무할 정도로 순탄하게 살아왔고 그만큼 자존감도 높은 친구인데, 어느 날 여러 문제들이 한번에 닥쳐오면서 영화가 시작돼요. 흥미진진하지 않나요(웃음)?”


Q. 2020년 ‘봄날에 떠나다’를 시작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뭐예요?

“첫 작품인 ‘봄날에 떠나다’요. 현장에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했고, 오디션 후 합격 연락을 받은 순간 너무 기뻐서 연일 싱글벙글했거든요. 실제로 촬영하면서 연기에 대한 흥미가 더 커졌고 궁금하고 신기한 것 천지라 대기 시간마저 즐거웠던 것 같아요”

Q. 현장에서 배우는 것도 제법 있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어떤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던가요?

“혼자 연습할 때, 대본 리딩 때, 현장에서 대사 할 때 매 순간 새로운 느낌이에요. 갑자기 아이디어가 퍼뜩 떠오르기도 하고, 모니터링을 하거나 감독님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제 연기를 되새겨 보기도 해요. 그렇게 눈빛, 표정, 목소리 등 고칠 점을 고민하다 하루를 다 쓸 때도 많아요”

Q. 한창 오디션도 많이 보러 다닐 듯해요. 본인의 강점이자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회사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전까지는 단편영화 위주로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아직 대중적인 작품들의 미팅은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정도지만 연기하는 자체가 재미있어서 기회가 되는 대로 촬영 중이에요. 특히 배우에게 중요한 비언어적 표현 수단이 눈빛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장에서 사연이 담긴 것 같다는 칭찬을 들은 후로 더 제 눈이 좋아졌어요. 눈으로도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연구해 보려고요”

Q.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힘든 점도 있을 듯한데요. 아무래도 아직은 고민이 많은 시기겠죠?

“탐나는 역할에 오디션 기회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속상할 때도 있지만 우울한 생각을 하면 결국 지치는 건 저더라고요. 지금은 촬영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모니터 속 제 모습을 보면 항상 설레요. 힘들고 막막할 때도 있지만 결국 해내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성취감이 굉장히 오래가서 배우 하길 참 잘했다고 느껴요”

Q. 연기를 하면서 갈피를 못 잡을 때는 어떻게 해결하는 편인가요?

“캐릭터를 설정하다가 막히는 순간이 있는데, 하루는 집에 꽂혀 있던 소설책을 읽다가 원하는 느낌을 찾았어요. 그 후로는 웹툰이나 책을 부지런히 보게 된 거 같아요. 또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을 많이 접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추리 소설이나 액션 영화 같이 특정 장르를 좋아했는데 연기를 시작하고부터는 다양하게 접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인물 특성이나 환경을 집중해서 보기도 하고 배우의 시선이나 연기를 참고하는 편이에요. 또 직업을 이해하기 위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똑같이 따라 해 보거나 상상 시뮬레이션을 풀가동하기도 하고요(웃음)”

Q. 그렇다면 몰입을 위해 ‘이것’까지 해봤다 싶은 아찔한 순간도 있나요?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면서 계속 대사 하는 장면이 있는데, 더 리얼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 최대한 비슷하게 연출해서 연습하다 그날 밤 허벅지가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갔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보시고는 근육이 파열됐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Q.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은 어떤 게 있나요?

“박찬욱 감독님의 ‘박쥐’,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등을 좋아해요. 하도 많이 봐서 다음 장면과 대사들이 조건 반사처럼 떠오를 정도예요. 또 연기, 영상미, 사운드 등 하나의 포인트에 집중해서 보거나 여러 사람들의 해석을 찾아보면서 새로운 시선과 감정을 느껴보려고 해요”

Q. 그럼 동경하는 롤모델도 있을까요?

“김혜수 선배님의 오랜 팬이에요. 함께 호흡을 맞추는 날이 온다면 설레는 마음에 잠도 못 이룰 것 같네요. 연기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모습들을 본받고 싶어요. 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영화 개봉 당일 바로 보러 갈 만큼 좋아해요. 항상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고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Q. 한편 태권도, 펜싱, 필라테스 등 운동적인 특기가 많던데,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어릴 때부터 밖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했어요. 8살 때 시작한 태권도는 공인 2단까지 취득해서 간간이 오디션에서 특기로 보여드리기도 해요.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꾸준하게 해오고 있고, 최근에는 입시 준비하며 배운 현대무용을 다시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Q. 그런가 하면 요즘의 취미나 관심사는 뭐예요?

“혼자서 웃긴 생각이나 상황극 하는 걸 좋아해요. 이를테면 ‘갑자기 건물이 무너지면 어디로 들어가야 안전할까’라든지, ‘소설 속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해결하려나’ 같이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는 상상을 할 때면 시간이 너무 잘 가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최근에는 명상이 좋다고 해서 집중이 쉽지는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Q. 끝으로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영화를 잘 마무리한 다음 좋은 차기작을 빨리 만나고 싶어요. 또 촬영이 없을 때도 일상이 무탈하게 흘러갔으면 해요. 작년에 한번 무기력한 순간이 있었는데 휴지기를 잘 보내는 것도 아주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오태일
스타일리스트: 치키&이소민(데스틸)
의상: 써틴먼스, 비건타이거, 윤세, 워독
주얼리: 알루스
액세서리: 수앤수
헤어: 희주 실장, 주영(에이라빛)
메이크업: 경빈 디자이너, 규리(에이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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