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가지 않아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이 10년도 안 돼 흐지부지됐다. 이명박 정부가 고졸 취업의 핵심 통로로 적극 지원한 직업계고의 취업률은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며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 충원율은 역대 최저치다. 고졸 채용 활성화를 위한 새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교육청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직업계고(특성화고 마이스터고)는 올해 72곳 중 72.2%인 52곳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체 모집정원 1만2670명 중 1만161명만 뽑아 신입생 충원율은 80.2%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학년도엔 96.7%였는데 지난 5년간 16.5%포인트 하락해 올해 최저가 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직업계고를 외면하는 까닭은 학교 설립 목적인 취업이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직업계고 졸업자 7만8994명 중 취업자는 2만2583명으로 전체의 28.6%에 불과했다. 취업률은 2017년 50.6%를 찍은 뒤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졸업 후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늘고 있다. 직업계고의 진학자 비율은 2017년 32.5%에서 지난해 45.0%로 높아졌다.
정부가 방치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모두가 대학에 가는 구조를 바꿔 사회 진출 연령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며 마이스터고를 도입하는 등 고졸 취업과 직업교육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부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관련 정책은 힘을 잃었다.
이명박 정부가 기업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맺은 고졸 채용 협약은 19건이었는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체결한 협약을 합쳐도 9건에 불과하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직업계고 문제는 학교와 교육당국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새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육성과 발맞춰 관련 고졸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