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미 양국 간 기업을 통한 경제협력은 업종을 불문하고 전방위에 걸쳐 이뤄졌다. 전기차와 반도체뿐 아니라 태양광 에너지에서 콘텐츠 사업에 이르기까지 ‘경제안보 동맹’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투자 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한화솔루션 “동맹, 태양광까지 확대”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각국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 계획도 함께 공개됐다. 무엇보다 한·미 정상의 만찬장에 기업인이 대거 초청돼 교류하면서 앞으로 투자 협력이 추가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이번 정상회담에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뿐 아니라 여러 기업이 미국 투자로 주목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방한 첫날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방문하면서 삼성전자의 170억달러(약 21조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 투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조지아 전기차 공장에 55억달러(약 7조원) 신규 투자를 비롯해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분야에 50억달러(약 6조36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21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양국 간 태양광 사업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김 사장은 “양국 국민에게 양질의 에너지를 공급하고, 탄소 발자국이 낮고 투명성이 보장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양국의 경제·기술 동맹을 태양광 분야까지 확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협력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화솔루션은 2019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돌턴시에서 미국 내 최대인 1.7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에 약 2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1.4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는 자회사인 스캔라인 VFX를 통해 6년간 1억달러(약 1278억원)를 국내에 아시아 최초의 특수효과 영화 제작 시설 설립에 투자하기로 했다. 스캔라인 VFX는 이미 워너브러더스, 마블스튜디오, 디시코믹스 등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에 영화 제작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투자에는 한국의 우수한 콘텐츠 제작 능력 및 인력, 일본·호주 등 아·태 시장에의 접근성, 정부의 투자 지원제도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최대 규모 기업인 민간 외교의 장
경제계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기업들이 한국 경제 성장의 주역일 뿐 아니라 경제안보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조명받았다는 데 고무돼 있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총수의 사익 취득이 아니라 국가 경제·안보를 책임지는 첨병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였다는 반응이다.양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는 재계 총수와 경제단체장이 이례적인 규모로 대거 초청됐다.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 강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최한 바이든 대통령 환영 만찬에도 재계 수장들은 총출동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사장,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미국통’으로 알려진 방산업체 풍산의 류진 회장이 참석했다.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GS 명예회장인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CJ그룹 회장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 6단체장도 함께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도 이날 만찬에 참석했다. 쿠팡은 ‘한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며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이날 만찬장의 자리 배치도 눈길을 끌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테이블에는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 손경식 회장,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구광모 회장은 이창양 산업부 장관 옆자리에 앉았다. 정의선 회장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같은 테이블에 자리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