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에 6조3,000억원 투자, 전기차 공장 건립키로
-전기차 생산 비중, 국내도 높여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전용 신공장 건설과 배터리셀 공장 투자 등을 포함한 미국 전기차 생산 거점 확보 계획을 공개했다.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Georgia)주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 시설 및 인근에 배터리셀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여기에 6조3,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공장 가동은 목표는 2025년이며 연간 30만대의 BEV를 만들어 미국 시장에 투입한다. 또한 새롭게 짓는 공장은 여러 차종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스마트 생산 개념이 접목된다.
기본적으로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동화 비중을 50%까지 확대키로 했다. 연간 1,700만대가 판매되는 만큼 절반은 850만대에 달한다. 또한 전기차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되 'Made in USA'만 주기로 했고 배터리 보조금도 마찬가지로 'Made in USA'에만 지급키로 했다. 이른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이고 삼성, LG, SK 등도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수밖에 없다. 한국산은 보조금을 받지 못해 아예 경쟁조차 쉽지 않아서다.
물론 굳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보조금 없이 미국 내 판매가 가능한 수준까지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면 된다. 그러나 보조금이 대당 2~300만원에 달해 국내 생산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판단은 명료했다.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고 친환경 보조금을 빌미로 투자를 해야 한다면 과감하게 진행하자는 의도다. 연간 700만대 가운데 2030년 글로벌에서 323만대의 BEV 생산 목표를 세웠고 이를 지역별로 배분한 결과가 미국의 84만대다. 이렇게 하면 국내 생산 144만대 및 미국(84만대), 그리고 기타 지역(유럽) 95만대로 구성돼 한국 내 생산 비중도 현재의 39%에서 44.6%로 확대된다는 계산이 도출됐다. 큰 틀에서 보면 내연기관보다 BEV 부문의 국내 생산 역할을 나름 높였다는 뜻이다.
당연하지만 이 같은 글로벌 생산 및 판매 전략 뒤에는 한국의 대외적인 경제 행보도 배경이 됐다. 국내 생산 BEV가 수출될 때 해당 국가에 무역 장벽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기본이다. 그래서 한국이 다양한 경제동맹체와 손을 맞잡을수록 국내 생산이 유리해진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히 보조금의 조건이다. 미국처럼 보조금에 생산지 항목이 들어가면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이 배터리산업 보호를 이유로 보조금 조건을 활용한 사례가 있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현지 공장을 만든 것도 장기적으로는 아세안 시장의 보조금 장벽에 대한 예방책이라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사실 친환경차는 아직 각 나라 보조금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제품이다. 따라서 한국은 보조금 장벽이 세워지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무역 관계 설정은 정부의 몫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배터리 소재 성분으로 차별할 때 한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Made in USA' BEV에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우리는 미국산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무역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시장 규모가 곧 강력한 힘이어서다. 특히 수출이 많은 자동차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는 복잡한 대내외 환경과 친환경 산업 전환 시대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선제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탄소 감축 시대에 선택 가능한 에너지가 '전기'라면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부터 빠르게 움직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수소 전기로 바뀐다 해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