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기업의 실적이 아닌 소셜 미디어(SNS) 여론에 좌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기업이 내는 매출이나 순이익보다 시장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금융데이터 분석기관인 마켓사이키(MarketPsych) 창업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리처드 피터슨 박사는 지난 13일 성균관대가 주최한 '디지털 경제와 금융의 트렌드(Trends in Digital Economy and Finance)'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SNS에서의 여론이 주가 변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피터슨 박사는 "지금까지는 기업의 규모나 재무적 지표가 주가를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믿음이나 기대가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SNS를 분석해서 주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시장에서 투자자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조사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SNS를 통해 시장 참여자의 거래 방식이나 행동, 언어로 이 심리를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SNS에서는 다양한 투자자들이 투자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터슨 박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SNS에서 심리지수를 뽑아내고, 이를 주가 변동과 연결해 분석했다. 그 결과 심리지수가 미래의 주가 변동을 상당 부분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증시 상장사 중 시가총액 1위부터 3000위까지의 종목을 담은 러셀3000 지수는, SNS 심리지수와 같이 올라가고 떨어지는 패턴이 발견됐다. 피터슨 박사는 "이 같은 주가 움직임은 자산가격을 결정한다고 알려진 기존의 전통적인 요인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대로 말하면 SNS를 통해 여론을 움직임으로써 주가를 조작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는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금융 분야 학술지인 'Journal of Banking & Finance' 편집장인 기어트 베커트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Journal of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s, Institutions & Money'의 편집장인 조나단 배튼 교수, 파생금융상품분야 학술지인 'Journal of Futures Markets'의 편집장 바트 프리즌스 교수, 세계 최대 학술 출판사인 엘스비어의 안데르스 칼손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