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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꾸준히 냈는데…"보험금 한 푼도 못 받아" 날벼락 [김수현의 보험떠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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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폐렴·폐질환으로 60대 어머니를 여의었다는 38세 김모씨. 집안의 장녀로 장례 절차를 모두 챙겨야 했다는 김씨는 최근 자신의 이름 앞으로 장례 비용이 청구된 것을 보고 또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던 김씨는 문득 엄마가 2018년 1월에 새로 가입해 들었다던 질병사망보험이 떠올랐습니다. 이에 바로 해당 보험회사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예상치도 못한 보험회사의 답변에 김씨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보험회사가 어머니가 보험 가입 이전 폐결핵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험사에 고지하지 않았고, 계약 체결 이후 5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전해왔기 때문입니다. 계약 전 발병 부담보 조항에 따른 조치란 게 보험회사의 설명이었습니다. 폐결핵 치료의 경우 아주 오래전 일이고 이후 폐와 관련된 질병이 발생하지 않아 보험 가입 시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했던 김씨는 답답했습니다.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불행을 보험이 보장해줄 것이라 굳건히 믿지만, 종종 현실은 우리의 바람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회사로부터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지급 거절을 당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고지의무란 보험계약 체결에 있어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자에게 중요한 사실을 고하지 않거나 중요한 사항에 대해 부실한 고지를 해선 안 되는 의무를 의미합니다. 각종 보험 약관에서는 이를 '계약 전 알릴 의무'라고 거론하기도 합니다. 보험계약자 등이 이 의무를 위반한 것이 추후 밝혀질 경우,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 사례처럼 피보험자가 계약 체결 이전 특정 질병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사실을 보험회사에 고지하지 않았으나, 4년 넘게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해 온 경우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험회사가 정상적으로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안에 해당합니다.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에 따라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는 기한은 최장 3년까지 제한돼있기 때문입니다. 상법 제651조에 따르면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 계약체결일로부터는 3년 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질병상해보험 표준약관에서도 보험가입자가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이나 기타 중요한 사항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리지 않았더라도 최초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이 지났다면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보험료를 받은 때부터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지 않고 2년이 지난 경우에도 보험회사에 보험금 지급 의무가 부여됩니다. 보험회사가 최초 계약 당시에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해 알지 못했다고 해도 특정 기간이 지나면 회사 측에 부여된 계약 해지 권한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보험회사가 김씨에게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한 근거인 '계약 전 발병 부담보 조항'은 무엇일까요. 이는 일반적인 고지의무 위반 관련 조항 외 추가된 조항이라 보면 됩니다. 보험계약 전 발병의 소인이나 증상 등이 있었던 경우 보험기간 중 그로 인한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재한 조항이죠. 계약 전 발병 부담보 조항에는 고지 대상에 해당하는 질병과 인과관계가 있는 보험금 지급 사유에 대해선 청약일로부터 5년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습니다.

간단히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회사의 계약 해지권 행사 해지 기간인 3년의 의미를 무력화시키고,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기간을 5년으로 늘리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피보험자 입장에서는 계약 전 발병 부담보 조항 적용 시 상법과 질병상해보험 표준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규정보다 더 강력한 규정이 적용되는 셈입니다. 2018년 7월 이전 체결된 계약의 경우 표준약관 상 계약 전 발병 부담보 조항이 함께 표기돼 있어 분쟁의 소지가 남아 있을 수 있으나,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조항의 무효화를 명백히 밝힌 바 있어 사실상 보험금 지급 여부 판단 시 배제해야 할 요소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계약 전 발병 부담보 조항 무효 결정은 상법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상법 제663조에서는 당사자 간 특약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불이익으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분쟁조정 제2017-9호에서는 "본래 위험은 보험자의 책임 아래 조사하여야 할 것을 보험기술상 이유 등을 들어 특별히 보험계약자 측에게 전가시킨 것이 고지의무인데, 이를 더 강화하는 계약 전 발병 부담보 조항은 상법상 고지의무보다 보험계약자 측에게 더 불리하다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어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권 행사의 제척기간을 실질적으로 형해화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고지의무제도의 본질에 반하는 등 상법상의 고지의무 규정보다 보험계약자 측의 지위를 불리하게 하므로 상법 제663조가 규정하는 상법 규정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 사례와 같이 보험 약관에 '계약 전 발병 부담보 조항'이 기재돼 있고, 피보험자 고지의무 위반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이 지났다면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보험금 지급도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단, 고지의무 위반이 아닌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의 경우엔 기간과 관계없이 보험금 지급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약 전 발병 부담보 조항의 경우 이미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신의칙에 반해 보험계약자 측을 부당하게 불이익하고, 보험자가 부담하여야 할 담보 책임을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하는 것이어서 현저하게 형평을 잃은 조항으로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충분히 배제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2018년 7월 이전 계약이 체결된 보험 약관상에는 계약 전 발병 부담보 조항이 아직 남아있을 수 있으나 이와 별개로 계약 해지권 행사 해지 기간은 3년에 한한다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위 내용은 특정 사례에 따른 것으로, 실제 민원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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