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디지털 음원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던 아이팟의 단종 소식이 들려왔다. 2001년 10월 세상에 첫선을 보인 아이팟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파산 위기에 처한 애플을 구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기술 혁신을 이끌었던 아이팟의 단종 소식에 많은 사람이 아쉬워하고 있다.
“이 사람이 쓴 책이 나올 법도 한데 왜 아직 안 나오지?”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인물들이 있다. 토니 파델도 그런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파델은 ‘아이팟의 아버지’ ‘실리콘밸리의 영웅’ ‘백과사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정보통신업계의 산증인이다. 세상 사람들은 애플에서 출시한 제품이라고 하면 으레 스티브 잡스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상 애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아이팟을 개발한 주역은 파델이었다.
2006년 3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애플 부사장을 지낸 파델은 2010년 스마트홈 가전업체 네스트 랩스를 설립해 2014년 구글에 매각했다. 당시 아이팟의 아버지가 구글 설립자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행보는 세간의 화제였다. 현재 그는 글로벌 기술 자문 및 투자회사 퓨처 셰이프 대표로 일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이달 초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는 《빌드(Build)》는 많은 사람이 기다린 책이다. 파델이 직접 쓴 첫 번째 책이어서다. 그가 주도해서 만든 혁신 제품들과 그것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흥미진진한 과정을 소개한다. 지난 3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배운 모든 것들, 예기치 않은 성공과 뼈저린 실패, 그리고 그가 조직한 드림팀과 그들이 꿈꾼 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엔지니어에서 디자이너로, 기업가에서 투자자로, 그리고 이제는 경영 멘토로, 파델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고, 세상은 그런 그에게 열광했다.
“1994년 와이파이(Wi-Fi)가 등장하기 전,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모바일 네트워크가 존재하기도 전에 제너럴 매직은 오늘날 우리가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는 스마트한 개인 통신수단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본격적인 일을 시작했습니다. 수년간의 고된 작업 끝에 매직 링크는 터치스크린, 이메일, 다운로드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게임, 전자 티켓 구매 방법, 애니메이션 이모티콘 등을 출시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속도가 느렸고, 버그도 많았고,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우리는 아주 멋지게 실패했습니다.” 파델은 자신의 실패 경험을 들려주면서 ‘실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잡스와 함께한 시절에 대한 회고도 인상적이다. 그는 잡스를 통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시장 점유율보다 ‘마음 점유율’이 중요하며, 그것을 위해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치 있는 일에는 반드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 역시 새겨들을 만하다. 모든 일에는 이해하는 시간,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바로 잡을 시간이 필요하다. “일을 빠르게 처리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시간을 결코 속일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실리콘밸리의 가속 문화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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