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연세대는 지난해부터 4단계 BK21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을 기반으로 연세대와 지역대학 연구자가 함께 연구하는 ‘어깨동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깨동무사업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연세대 연구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사업이다. 사업은 연세대 BK21 교육 연구단의 우수 인프라와 지역대학 연구자의 전문성이 결합해 진행된다.
김희웅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활용한 지역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및 디지털 격차 해소’를 연구과제로 어깨동무사업에 참여했다. 연세대 학술상 수상, 전 세계 연구논문 피인용실적 상위 2% 연구자 선정, 전 세계 한인 정보시스템 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김 교수는 전남대, 부산대, 제주대 연구팀과 함께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를 진행한 김 교수를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만났다.
지역의 어떤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인가
“4차 산업혁명은 경제·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된다. 잘 활용하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지만 체계적인 준비가 수반되지 않으면 지역 격차와 갈등 심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연구단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지역거점 대학과 협업해 지역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각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진단·예측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연구단은 지역의 디지털 격차 문제, 기업 디지털 경쟁력 약화 문제, 일자리 문제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연구과제를 선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연구단은 AI·빅데이터 활용 능력과 인문 사회학적 통찰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한 산업·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최근 디지털 격차, 기업 디지털 경쟁력 약화,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각 문제가 서로의 원인이자 결과로 작용한다.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기술이 깊숙이 스며들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디지털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디지털 격차는 삶의 질 격차까지 만들어냈다. 이는 비단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활용역량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에는 생존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의 디지털 역량 약화는 지역 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 지역의 산업·기업이 도태되면 지역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지속적인 젊은 층의 유출로 지역 간 성장격차의 원인이 된다. 실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청년층 고용률은 매해 5~6%P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고용의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지역인재가 유출되고 있다. 그렇기에 지역산업의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한 체계적 분석으로 지속적인 지역 일자리 선순환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연구단은 이러한 지역산업의 문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판단했다. 지역거점대학·기업과의 데이터 공유, 인적 자원교류를 통해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어떻게 구성했나
“연구팀은 AI·빅데이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 비즈니스 등의 역량을 갖춘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했다. 연세대 정보대학원과 지역거점 대학인 전남대, 부산대, 제주대 교수들이 함께했다. 디지털·인공지능 기업 및 지역거점 기관에 소속한 실무 전문가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강원·충청 등의 대학 교수진을 비롯해 산업계 및 연구기관 전문가를 추가해 연구팀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해당 연구를 수행에 있어 연세대만의 강점이 있다면
“연세대 정보대학원은 4단계 BK21의 ‘AI·빅데이터 기반 초스마트 사회구현을 선도하는 교육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 정보대학원은 차세대 새로운 미래산업의 지식·정보사회를 선도할 고급 정보 전문 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0년에 설립됐다. 석·박사 학위과정과 연구 과정의 실무적 핵심역량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문대학원이다. 정보대학원은 7개의 융복합 전공트랙(비즈니스빅데이터, 디지털경영, 정보보호, ICT·콘텐츠, UX, IoT서비스융합, 맞춤형 융합)과 산업전문가 수요맞춤형 교육과정(정보미디어전략, AI빅데이터, AI핀테크, 데이터분석 아카데미)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대학원은 2006년부터 BK21 사업을 수행해왔다. 지난 16년 동안 지속해서 최상위권 사업단으로 선정돼 사업을 수행해오면서 교육과 연구를 위한 체계가 완비됐다. 전문대학원이기에 실무중심 교육을 수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원의 전체 박사 졸업생의 약 35%가 대학교원으로 임용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실무와 학술 간 균형 잡힌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정보대학원은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와 우수한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어깨동무사업을 수행하는 데도 큰 강점이 된다.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 산업·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와 분석 역량이 필요하다. 연세대는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지역거점 대학, 민간 기업 및 기관과의 다양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우수한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
“연구과제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째, 지역 전문가와 공동연구다. 정보대학원 연구진이 광주와 부산에 방문해 각 지역 전문가들을 만나 지역사회 문제 현황과 공동연구 방향을 논의했다. 먼저 국가 인공지능집적단지 사업을 추진 중인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전남대와 AI·빅데이터 지역인재 양성을 논의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AI·빅데이터 및 디지털 역량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다. 또한 해당 지역으로 지방 이전한 공공기관과 협력해 지역중소기업의 디지털전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디지털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부산지역에서는 부산대 BK21 디지털 금융 교육연구단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디지털 금융 지역인재 양성 및 금융 데이터 활용을 위한 공동교육과 연구를 진행 중이다. 향후 지역 범위를 확장해 강원·충청·제주 지역의 지역 전문가와 공동연구와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둘째, 학생주도 문제발굴 및 해결방안 제시다. 연구진과 서울, 부산, 전남 지역 학생을 5개의 팀으로 구성했다. 프로젝트는 학생 주도적으로 각 지역이 겪고 있는 지역사회 문제를 탐색하고 발굴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학생들이 팀을 이뤄 지역문제를 발굴·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정보대학원의 연구진들이 AI·빅데이터 접목방안을 제언해 구체적인 문제 해결방안을 도출했다. 이러한 자리를 통해서 학생들은 다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지역사회 문제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으며 문제해결 능력도 배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역대학과 공동 교육이다. 디지털 인재 육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지역대학과 공동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을 두 차례 진행했다. 온라인 단기 무료 과정으로 운영됐다. 세 차례에 걸쳐 총 136명의 학생에게 교육을 수행했다.”
지역의 연구중심대학 전문가와 네트워크 형성은 어떻게 이뤄졌나
“연세대 정보대학원은 AI·빅데이터, 디지털 비즈니스,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역량을 지니고 있다. 실무중심 전문대학원인 정보대학원은 실무 경력을 갖춘 학생들이 다수 재학 중이다. 졸업생이 민간 기업, 정부출연 연구기관, 민간 연구소, 공공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정보대학원의 우수한 인적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을 초월한 어깨동무사업 연구공동체를 형성했다. 연구책임자 김희웅 교수를 주축으로 정보대학원 연구진이 각 지역에 해당하는 주요 문제를 발굴하고 이것을 공동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각 지역 전문가를 접촉했다. 예를 들어 광주·전남은 지역중소기업 디지털 경쟁력 및 인공지능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전남대와 한국인터넷진흥원, 부산은 디지털 금융 혁신과 관련해 부산대, 제주는 관광 산업 육성과 관련해 제주대 전문가에게 본 연구과제 참여를 요청했다. 기존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거점 연구진이 자신만의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지역 전문가를 추가할 수 있었다. 지역 전문가들이 지금 우리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디지털 및 일자리 문제에 깊이 공감해 흔쾌히 참여를 허락해준 덕분에 공동연구 협력체계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었다. 앞으로 연구공동체 규모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어깨동무사업 수행을 통해 도출된 대표적 연구성과를 꼽자면
“연구팀은 2021년에 광주·전남과 부산지역의 대학과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전남대와 공동으로 ‘스마트팜 원스탑(One·Stop) 플랫폼 서비스 사업’을 기획했다. 스마트팜이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원격으로 자동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측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농업방식이다. 연구단은 기존 스마트팜 사업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역의 기초산업과 연계한 지역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부산대와 공동으로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들도 금융 혜택을 누리게 해줄 방안도 연구했다. 2021년 기준으로 국민 4명 중 1명이 금융정보가 부족한 탓에 현행 신용등급 평가 방식으로는 낮은 등급으로 평가되는 씬파일러가 존재한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렵거나 높은 금리로 빌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존 신용평가 모델의 한계점으로 인해 최근 대안 신용평가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연구단은 아파트 관리비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대안 신용점수 ‘APT 스코어(가칭)’를 개발했다.”
연구가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나
“어깨동무사업을 통해 연구단은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디지털격차 심화, 디지털 경쟁력 약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주지역은 기업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 및 일자리 창출 문제가 중요시되고 있다. 정보대학원은 디지털 경영, 비즈니스 빅데이터 분석 전공 트랙을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즈니스 모델, AI·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춘 우수한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연구단은 전남대 연구팀과 함께 광주지역 기업들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통해 광주지역 기업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지역은 디지털 금융 산업의 고도화가 중요한 문제 및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정보대학원은 금융 및 핀테크 분야의 우수한 실무전문가들이 교수진으로 참여한 AI 핀테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핀테크, 블록체인, AI와 딥러닝, 머신러닝 등 디지털 금융과 관련된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단은 부산대 연구팀과 함께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발되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는 부산지역의 디지털 금융 산업 성장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연구단은 전남대, 부산대, 제주대와 협력해 지역사회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동 교육을 하고 있다. 그 목적으로 2021년도에는 파이썬 프로그래밍과 텍스트마이닝 교육을 진행했다. 향후 중급, 고급 수준의 AI·빅데이터 프로그래밍 교육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교육들은 지역사회의 디지털 인재 양성에 기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지역 내 기업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을 통해 연구단은 장기적으로 지역사회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연구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응은 어떤가
“초기 단계인 만큼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서 계획했던 연구 결과 확산이 많이 진척되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지난해 지역 거점대학들과 함께 실시한 공동교육과 사회혁신 포럼을 통해 지역사회의 반응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무료 공개강좌로 진행한 프로그래밍 교육이다. 지역 도시에는 관련 교육을 하는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연구단은 지역사회의 디지털격차 해소를 목표로 지역거점대학과 파이썬 프로그래밍 2회와 텍스트마이닝 1회의 공동교육을 개최했다. 온라인 공개강좌로 진행했다. 교육 결과, 1차 파이썬 프로그래밍 교육 22명, 텍스트마이닝 교육 56명, 2차 파이썬 프로그래밍 교육 58명이 참가해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지역 거점대학과 협력해 도출한 공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 1월 ‘지역 산업·사회 혁신포럼’을 개최했다. 해당 포럼은 우수한 연구 결과를 지역 민·관·연 실무자들과 공유하고, 지역사회 적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됐다. 많은 지역사회 주체들이 어깨동무사업을 통해 지역 내 산업·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문제해결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연구단은 두 가지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목표는 지역사회의 ‘디지털격차 해소’ ‘기업 디지털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문제해결의 선순환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수행 중인 거점대학과 민·관·연과의 공동교육과 연구 협력을 확대·강화할 계획이다. 두 번째 목표는 지역사회의 범위와 협력 대학을 확대하는 것이다. 어깨동무사업을 통해 지역거점대학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연구단 역시 다양한 산업·사회 문제해결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다른 지역이 가진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연구단은 현재 협력 대학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해 지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산업·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함께 강화하며 같이 성장해나가고자 한다.”
jinho2323@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