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조기은퇴를 희망하는 파이어족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젊었을 때 한 번쯤은 조기은퇴를 꿈꾸죠. 필자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니는 직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공감됩니다.
그런데 상황이 허락돼 조기은퇴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기만 할까요? 자산관리 관점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지금은 100세 시대입니다. 특별한 질병이나 사고가 없는 보통 사람들의 수명이 90세를 넘어섭니다. 나이 들어서 은퇴를 한다 해도 30년 이상의 충분한 은퇴기간이 주어진다는 거죠.
은퇴설계에 있어 시간관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창 경제생활을 할 때 일주일의 5일,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위해 직장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자신만의 여유를 즐기기에 행복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막상 여유시간이 무한정으로 주어진다면 처음에는 좋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흥미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30년의 은퇴기간도 고민되는 장수시대를 살아가는데 40세에 은퇴한다면 50년이 넘는 은퇴기간을 우리는 무엇으로 채울까요? 상당한 고민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둘째,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소비 눈높이가 올라가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번 올라간 소비의 눈높이가 잘 내려오지 않는 걸 '래칫효과'라고 합니다.
소비를 통제한다 해도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소비의 눈높이가 있습니다. 물가상승분을 고려해 은퇴조건을 결정하겠지만 30대와 50대의 소비 눈높이가 다르게 되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반영하기 어려운 사항입니다. 현재의 소비수준을 기준으로 은퇴한다면 당장은 괜찮지만, 나중에는 주위 환경에 비해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연스럽게 소비의 눈높이가 올라간 50대 즈음에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하여 자산을 쌓아가는 것이 생애자산관리 관점에서는 훨씬 바람직합니다.
셋째,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면 은퇴하고 싶어질까요?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통해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쉽지 않습니다.
좀 더 쉬운 현실적인 방법은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 겁니다. 경제적 자유가 주어지면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직장이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주위 환경보다는 나의 마음가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50대에 들어서는 은퇴를 하지 않고 오히려 좀 더 오래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생계유지가 목적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을 통한 행복감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은퇴 준비는 빠를수록 좋지만 은퇴 여부는 그 때 가서 고민해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NH WM마스터즈 김진웅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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