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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춤사위로 1000만뷰…'에버랜드 소울리스좌' 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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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소울리스좌’ 퇴사하기 전에 에버랜드 가자.”

지난달 국내 테마파크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에버랜드의 시그니처 놀이기구 아마존익스프레스의 캐스트 ‘소울리스좌’가 4월 30일자로 퇴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전에 ‘실물 영접’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몰렸다.

‘소울리스좌’는 ‘영혼(soul) 없이(less) 일하는 사람 중 최고(본좌)’라는 뜻. 소울리스좌는 자타공인 ‘흥부자’들이 모인다는 에버랜드 캐스트(시설을 안내하고 정비하는 아르바이트 직원) 사이에서 스타가 된 김한나 씨(23·사진)의 별명이다.


무심한 듯 내뱉지만 또렷하고 노련한 멘트, 유머 있게 상황을 넘기는 재치, 반전의 춤 실력까지 더해지며 그는 에버랜드를 찾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그가 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1000만 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아마존 캐스트 계약이 종료된 그는 이제 홍보 부서 캐스트로 자리를 옮겼다.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 ‘티타남(티익스프레스를 타주는 남자)’ 등을 제작하면서 이달 장미축제 공식 홍보영상의 주인공으로도 나섰다.


“영혼 없는 눈빛, 속사포처럼 빠른 멘트가 요즘 사람들에겐 ‘직장에서의 내 모습’ 같았나봐요.”

별명은 소울리스좌이지만 그의 중독성 넘치는 몸짓과 표정, 말투에는 소울을 넘어 에너지가 폭발한다. 아마존익스프레스는 원형 보트에 올라 총길이 580m의 급류를 타며 탐험하는 수중 놀이기구. 10명이 한 보트에 타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탑승 대기 시간에 캐스트들은 랩으로 안내를 하고 춤을 선보인다.

“머리~ 젖습니다. 신발~ 젖습니다. 옷 머리 신발 양말 다~ 젖는 겁니다. 물이 나를 부르고, 내가 물을 부르네. 7분 동안 계속해서 젖고 젖는 여기는 아마존~. 입술 없어져요. 눈썹 지워지고요. 마스카라 번집니다. 앞머리~ 풀려요. 고데기 다시 해도 풀리는 여기는 아마존조로존존존.”

아마존에서는 이 같은 멘트를 리듬에 맞춰 3분 이상 쉴 새 없이 말해야 한다. 수없이 반복 연습해야 소화할 수 있는 고난도 연출이어서 아무나 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멘트가 입에 붙을 때까지 연습을 정말 많이 한 것 같아요. 이전 캐스트 선배들 영상도 다 찾아보고요.”

집이 경기 용인이던 그는 어릴 때부터 에버랜드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한 번은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 퇴근 시간이 다 됐는데도 친절하게 찾아주던 캐스트의 미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그 일을 계기로 스무 살이 되던 해 캐스트에 지원했다.

“원래는 음악도 발라드 위주로 듣는 조용한 성격이에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거나 말해야 하면 긴장도 많이 하고 벌벌 떨었는데, 지금은 전보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죠.”

장시간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아마존 캐스트는 한마디로 체력전이다.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쓴 채 춤을 추고 멘트를 해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름의 아마존은 정말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엄지 척’ 날리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힘이 솟더라고요.”



소울리스좌의 인기로 에버랜드의 공식 유튜브 채널 ‘티타남’ 채널도 덩달아 화제다. 2018년 12월 에버랜드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겠다는 취지로 캐스트들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티타남은 캐스트의 연출 장면, 주요 어트랙션 탑승기와 티익스프레스 낙하구간 걸어 올라가기, 분실물 찾아주기 등의 콘텐츠를 만들어 에버랜드를 새롭게 보게 했다.

김씨를 스타로 만든 ‘아마존 댄스’에는 계보가 있다. ‘매년 1명 이상의 진정한 스타가 나온다’는 아마존 캐스트팀. 현재 티타남 채널을 운영하는 손영훈 씨는 아마존의 댄스와 멘트를 유행시켜 ‘아마존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아마존익스프레스에서 넘치는 끼 때문에 ‘소울맥스좌’로 불린 윤주현 씨는 ‘윤쭈꾸’라는 이름으로 1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됐다.

캐스트들에겐 직업병도 있다. 평소에도 말끝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를 붙이거나, 친구에게 양손을 귀 옆에서 흔들며 인사하는 것, 길 잃은 사람을 보면 그냥 못 지나치고 길을 찾아주는 것 등이다. 길가의 쓰레기도 꼭 쓰레기통에 버려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사람도 있다. 에버랜드 캐스트 경험을 한 이들에겐 이 모든 게 에버랜드에 중독됐다는 뜻의 ‘에버병’으로 불린다.

“유튜브 티타남 홍보팀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더 재밌는 일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아마존 캐스트로 시작해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채워가고 싶습니다.”

에버랜드 캐스트는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각종 놀이기구와 식음료, 넓은 공간을 정리하고 치우는 일까지 도맡는다. 연간 4000명, 지금까지 10만 명이 캐스트로 일했다. 캐스트의 나이는 대부분 20대다. 출퇴근 시간이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곳에 산다면 에버랜드 내 ‘캐스트 하우스’에 살면서 숙식을 제공받는다. ‘테마파크’에서 잠깐이나마 살아볼 수 있고, 또래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사귈 수 있어 20대들에겐 ‘꿈의 알바’로 불린다. 매년 전국에서 지원자들이 몰려온다.

어트랙션 운영 외에도 푸드서비스, 상품 판매, 공연 가이드, 동물원 운영, 라이프가드 등 직무가 다양해 개인 적성과 성향에 맞는 일을 선택할 수 있다. 서류심사, 면접과 인적성 검사를 거친 뒤 입문교육을 받아 입사하는데 매년 이들을 위한 ‘캐스트 축제’도 열린다.

에버랜드는 비일상적인 체험을 대중에게 선사하는 에버랜드를 하나의 큰 공연 무대로 보고, 모든 직원을 연기자 개념에 대입해 ‘캐스트’라고 이름 지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거쳐간 사람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쌓였다. 캐스트로 만나 결혼한 부모님을 둔 캐스트 지원자도 있고, 에버랜드의 경험을 못 잊어 퇴사와 재입사를 반복하는 ‘N년차 캐스트’도 많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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