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금융감독원 권고치(150%)를 밑돈 보험사가 무더기로 쏟아진 데 이어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법정 최소 비율(100%)에도 미달하는 보험사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차원에서 금융당국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지만 당국은 “유상증자 등 자구안이 선행돼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GB금융계열 보험사인 DGB생명의 1분기 RBC 비율은 84.5%로 지난해 말(223.6%) 대비 139.1%포인트 급락했다. RBC 비율은 보험 계약자들이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별문제 없이 지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감독회계 지표다.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가 보유 중인 채권의 평가손실이 반영돼 RBC 비율이 하락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DGB생명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신규 업무 제한 등이 동반되는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요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DGB생명이 1분기 결산이 끝난 직후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이를 반영한 RBC 비율은 108.5%를 기록했다.
보험업계에선 이대로 가다간 2분기가 끝나는 6월 말께 적기시정조치 대상 보험사가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1분기 말 기준으로 금감원 권고치를 밑돈 보험사만 한화손해보험(122.8%) NH농협생명(131.5%) DB생명(139.14%) 흥국화재(146.65%) 등 7~8곳에 달한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3.489%(5월 6일)까지 치솟으면서 2분기 말 RBC 비율의 추가 하락이 유력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현재 원가로 기록되는 부채가 시가로 평가(부채 축소)돼 자본 건전성이 개선된다”며 “그럼에도 보험사들이 RBC 비율을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금리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자본 확충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지나치게 미적거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는 “금융당국이 7개월 뒤면 없어질 RBC 비율에만 집착해 보험사에 불필요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당국의 결정이 길어질수록 보험사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대훈/이호기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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