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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400만명' 거세지는 주주 행동주의…CEO 연봉까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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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400만명' 거세지는 주주 행동주의…CEO 연봉까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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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비율을 조정하기로 한 것은 소액주주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란 평가다. 당초 합병비율대로라면 오너 일가의 동원산업 지분율이 늘어나고 소액주주는 피해를 볼 수 있었다. 소액주주들이 행동주의 펀드와 함께 이를 공론화하자 국회에서는 일명 ‘동원산업 방지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까지 발의됐다. 동원그룹이 소액주주 의견을 일부 수용하는 식으로 물러서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개인의 영향력이 기업 지배구조에 개입할 정도로 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개인투자자 1400만 시대
개인투자자의 힘이 세진 것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식투자 인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는 1374만 명을 기록했다. 전년(911만 명) 대비 51% 증가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612만 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개인들의 행동에 힘이 붙은 것은 기관이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다. 동원그룹 사례에서도 운용사들이 소액주주의 불만을 수면 위로 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동원그룹의 합병비율 논란이 제기되자 블래쉬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들은 합병비율을 재산정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세를 펼쳤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동원그룹의 사례는 회사 경영진이 소액주주 의사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개미들이 배당금 증액, 자사주 소각 정도만 요구했다면 이제는 기업의 체질 개선까지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카카오 모두 백기
개인이 주요 주주로 있는 기업에선 이들의 목소리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카카오와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올해 1월 모회사 카카오 대표에 내정됐던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작년 말 자사주를 대량 매각해 469억원을 현금화했다는 것이 알려져 사퇴했다. 당시 업계에선 “개미들이 반대하는 인물이 대표직에 오르기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왔다.

셀트리온은 주가 하락이 장기화하자 기우성 대표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약속했다. “주가가 35만원이 될 때까지 경영진은 최저임금만 받아야 한다”는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신원근 신임 카카오페이 대표도 주가가 20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공언했다.

소액주주를 등에 업은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총회에서 승리를 거둔 경우도 많다. 최근 사조오양 주총에서는 차파트너스가 내세운 감사후보가, 에스엠 주총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후보가 각각 선임됐다.

정치권에서도 개미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400만 명에 달하는 주식 투자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핵심 자회사를 분할해 재상장하는 물적분할이 대표적 사례다. 물적분할 이슈로 LG화학 등 주요 대형주의 주가가 급락하자 정치권은 서둘러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섰다. 드라마 제작 부문을 물적분할하려던 CJ ENM은 계획을 철회했다.
소수 지분으로 경영 간섭 우려
일각에서는 기업의 의사결정이 과도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소수 지분만으로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다.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 지분이 0.53%에 불과하지만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끌어모아 주총에서 표 대결을 펼치고 있다. 안다자산운용은 소액주주 단체와 연대해 집중투표제 도입, 배당금 증액 등을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동원산업과 맞서고 있는 블래쉬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등도 소수 지분만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는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기관들이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주주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지분이 거의 없어도 소액주주의 지지만으로 행동주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박의명/이슬기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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