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1호 과제가 분양가 상한제 개선이 될 전망이다. 올 들어 서울 지역 주택 공급량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맞물려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원가 반영률 높이고 지역 완화 ‘고민’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원 장관 취임 이후 분양가 상한제 합리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본격적인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16일 취임식에서 밝힌 수요가 몰린 도심 내 물량 확대를 위해선 분양가 상한제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분양가 상한제 합리화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다른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오는 8월 구체적인 주택 공급 대책 발표 때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을 함께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토부 또 다른 관계자는 “정비 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산비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나 지정 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현장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안전관리 비용 등을 반영하는 등 산정 기준을 넓혀주는 식이다.
2020년 7월 민간택지로 확대된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의 합에 가산비를 더해 분양가를 결정한다.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서울 18개 구와 과천, 광명, 하남 등 3개 시가 적용 지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분양가 산정 방식에선 원가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해 적정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분양가 산정 방식 개정을 통해 현재 무조건 주변 시세 대비 70~80%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는 분양가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10곳 중 7곳 착공도 못해
분양가 상한제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맞물리면서 올 들어 서울 곳곳에선 분양 일정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분양을 미루거나 분양가 산정을 두고 조합들과 잇단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재개발·재건축 구역 10곳 중 7곳이 공사를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 이문3구역 등 주요 재정비 사업장은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국토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착공 면적은 2602만100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8% 줄었다. 상업용(10.3%)은 증가했지만 아파트 등 주거용(-34.1%) 감소 폭이 큰 탓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에 분양 예정인 아파트 단지는 총 28곳이었는데 이날까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곳만 공급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인건비·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분양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데, 서울의 경우 규제가 강한 지역이라 시공사와 조합 간 협의가 지연되면서 주택 공급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수요가 몰리는 서울에선 정비 사업을 통해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분양가 산정 방식이 개선되거나 적용 지역이 완화되면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수준으로 책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정부의 정책 방향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역행해 집값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며 “원자재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어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하면 신규 아파트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이혜인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