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강용석 무소속 경기도지사 후보에게 전화했다는 주장이 나와 선거 개입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실제 통화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 측이 관련 보도 이후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강 후보는 통화 기록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姜 "통화 기록 분명히 남아있다" vs 대통령실 "한 적 없다"
강 후보는 지난 16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달 6일 밤, 통화 기록이 분명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강용석 변호사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이날 대통령실의 공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강 후보는 다만 "당선인 신분에서의 통화인 만큼 선거 개입은 아니었다"며 "대통령 신분은 공무원이니 문제가 되지만 당선인은 법적 신분이 민간인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 후보는 1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순직 경찰관 묘소 참배 이후 "더 이상 구체적인 말씀은 드리고 싶지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윤 대통령과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전혀 (지방선거) 개입은 없었고,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함께 있던 가세연의 김세의 전 기자도 "저희는 진실 공방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강 후보의 인터뷰 내용에는 단 하나의 거짓이 없다"고 강 후보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민주 "경제·민생 챙기기도 바쁜데…지방선거 개입"
강 후보는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통화 중 '김동연과 싸워야지, 왜 김은혜를 공격하냐'고 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보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고발장에 "윤 대통령은 명시적인 선거 개입 발언을 한 바, 이는 명백히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피고발인들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경기도지사 선거의 공정성 및 신뢰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고 적었다.
또한 오기형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강 후보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을 두고 "윤 대통령과 강 후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냐"며 "대통령이 경제와 민생 챙기기도 바쁜 상황에서 지방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진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대통령실 거짓말 안 했을 듯"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번 진실 공방에서 대통령실이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것으로 추측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6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대통령실에서 거짓말했을 것 같진 않다"며 "강용석은 여차하면 까는 사람"이라고 말했다.진 전 교수는 이어 "강용석과 이준석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강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강 후보의 복당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을 때 통화 녹음, 녹취록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일을 언급한 것으로, 두 사람 모두 자동 통화 녹음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 역시 강 후보가 평소 통화를 녹음하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이를 무턱대고 부인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진 전 교수의 해석이다.
반면 함께 라디오에 출연한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은 "(정치 개입 논란 관련) 언론 보도가 된 건 지난 13일이고, 이 문제가 주말 내내 시끄러웠다"며 "대통령실의 업무는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는 것인데, 누가 봐도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