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5조600억원 사채 발행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 들어 이날까지 15조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매달 2조5000억~3조원을 차입한 것이다. 한전의 차입금 규모는 51조5000억원(4월 말 기준)까지 불어났다. 작년 말 한전 차입금이 39조1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차입금 규모가 12조원 이상 불어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전 적자가 심화된 것은 1차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이다. 작년보다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이 각각 80%가량 올랐다.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오르면서 올해 1분기 ㎾h당 전력 평균 도매단가는 181원이었는데 평균 판매단가는 109원에 그쳤다. 정부가 작년부터 전기요금 인상을 줄곧 억제하면서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악순환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한전 적자 심화의 한 원인이었다.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매달 사채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비정상”이라며 “기업의 생존 관점에서 이른 시일 내 전기요금 정상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급등하는 한전채 발행금리
시중금리 상승과 한전의 회사채 대규모 발행 여파로 한전채 발행금리는 빠르게 높아졌다. 작년 6월 말 기준 연 1.52%(3년 만기)이던 발행금리는 최근 연 3.5%대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만큼 한전의 이자 부담은 더 늘었다.한전이 매달 3조원 규모로 쏟아내는 회사채 폭탄 탓에 발행시장 왜곡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신용등급 AAA인 한전이 기관투자가 수요를 싹쓸이하고 있어서다. 한전의 위기가 전이되면서 한전 발전자회사들도 회사채 발행에 가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AA 이하 기업들은 사실상 이달부터 회사채 발행이 중단된 상태다.
자본잠식 우려까지
올해 한전의 사채 발행한도는 91조8000억원이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르면 사채발행액은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한 금액의 두 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이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하면 한전은 적립금이 줄어들어 내년부터는 신규 사채를 발행할 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 부채 규모가 한계 상황에 왔다”며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이른 시일 내 자본잠식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지훈/김익환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