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화 1세대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12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 회장은 삼성가와 화촉을 밝혀 삼성·LG그룹에서 두루 활약한 '산업화 1세대', '산업화 역사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
'사업보국(事業報國)' 일념으로 말년까지 현장에서 활약했으며 "남이 하지 않는 것, 남이 못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을 키워냈다.
아워홈은 구자학 회장이 12일 오전 5시20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1930년생인 구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고 구본무 LG 회장,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구본걸 LF 회장의 숙부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 시절 한국전쟁에 참전해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호국영웅기장 등을 받았다.
1957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셋째 딸 이숙희 씨와 결혼했다. 1960년대부터 식품, 화학, 전자,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경영인으로 활약했다.
삼성그룹에서는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 사장 등을 지냈다. 삼성이 전자사업에 진출한 후에는 LG그룹으로 돌아가 럭키 대표이사, 금성사 사장, 럭키금성그룹 부회장, LG 반도체 회장, LG 엔지니어링 회장, LG건설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친숙한 '페리오', '드봉' 등 브랜드 성장에도 일조했다.
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럭키는 1981년 '페리오'를 개발했고, 1983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 소재를 선보였다.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2000년에는 LG유통의 FS(식품서비스) 사업부를 독립시켜 매출 1조7408억원(지난해 말 기준)의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으로 성장시켰다.
구 회장은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로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아워홈을 경영했다.
구 회장은 2000년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맛과 서비스, 제조, 물류 등 모든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특히 단체급식 사업에도 연구·개발(R&D)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 국내 최초로 2000년 식품연구원을 설립했다. 생산·물류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서 2000년대 초 당시 70세의 나이에도 부지를 찾아 전국을 돈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의 매출은 2000년 2125억원에서 지난해 1조7408억원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유족은 부인 이숙희씨와 아들 본성(아워홈 전 부회장),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씨 등이다.
아워홈은 2016년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후계 구도가 갖춰졌다. 그러나 당초 경영에 참여했던 막내딸 구지은 부회장과 구 전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고 현재는 구 부회장이 경영을 하고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