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열풍에 강남 집값이 상승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전국 집값이 하락 또는 보합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신고가가 나오는 걸 보면 거주를 희망하는 분이 참 많은 듯싶습니다.
강남에서는 재건축을 제외하면 실수요자가 대규모로 입주할 땅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강남 노른자위를 차지한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지하로 보내면 지상에 초고층 주거단지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술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과거 필자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하화 사업을 검토한 일이 있었습니다. '강남 라데팡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라데팡스는 프랑스 파리 인근에 조성된 미래형 국제업무지구입니다. 프랑스 파리는 도시 대부분이 유서 깊은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처럼 쉽게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파리에 미래형 신도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자 1958년 파리 서부 외곽지역에 국제업무지구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의 특징은 모든 자동차를 지하로 보냈다는 점입니다. 라데팡스 광장 지하에 도로와 주차장을 만들어 지상은 차 없는 광장과 거리로 조성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에는 차 없는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때 주차장을 지하에 배치해 자동차가 지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자동차가 지하에만 있으면 지상은 소음과 공해가 크게 줄기에 더욱 안전하고 조용하며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강남 라데팡스 프로젝트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모든 차량을 지하로 넣고 지상에는 주거와 오피스 등 꼭 필요한 시설만 두자는 사업이었습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지하화하려면 대체 용지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잭파일 공법 등을 사용하면 지하 공간을 개발하면서 지상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 고속버스터미널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지하에 공간을 만들어 교통 시설을 구축하고, 지하 고속버스터미널이 완성되면 일시에 이전하는 게 가능합니다. 지하 7~8층에 주차장을 넣고 지하 5~6층에는 고속버스 탑승장, 지하 4층에는 터미널 이용객을 위한 자가용 주차장, 지하 3층에는 택시 환승장, 지하 2층에는 시내버스 환승장을 만들고, 지하 1층은 지금 활용하는 공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미 적지 않은 버스가 매연, 소음이 적은 전기차나 수소차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하 터미널 형식 버스정류장인 '잠실 광역환승센터'와 같이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고속버스는 양재동 경부고속도로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구간과 연계해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됩니다. 이후 지상 개발을 시작해 대규모 단지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발이 된다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주변 주거환경은 쾌적해질 것이고 대규모 주택 공급도 가능해집니다. 리츠(부동산투자신탁)를 통해 개발 이익금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지도록 하고, 터미널 근무자를 위한 공공 임대아파트를 수백 가구를 기부채납 받아 활용하면 공공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주거 환경과 교통 환경이 한 번에 복합 개발되는 시대입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물론 더 나아가 서울 각 지역에 있는 공영버스 차고지도 지하화하면 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보다 나은 주거 환경과 교통 여건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