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가벼운 질환에도 8년 동안 상습적으로 장기 입원해 억대 보험금을 타낸 고령의 가입자가 받은 돈의 절반 이상을 뱉어내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한 보험사가 A씨를 상대로 낸 ‘보험에 관한 소송’ 상고심에서 보험 계약을 무효로 하는 한편 A씨가 보험사에 9670여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07~2008년 여덟 곳의 각기 다른 보험사에서 보장성 보험을 들었다. 이후 퇴행성 무릎 관절염 입원 치료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8년간 25회에 걸쳐 507일 동안 입원했다. 이를 근거로 A씨가 각 보험사에서 받은 돈은 3억3300여만원이다. 이 중 가장 많은 금액(약 1억8500만원)을 지급한 한 보험사는 “A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장성 보험 계약을 집중 체결한 뒤 불필요한 입원 치료를 받았다”며 2017년 A씨를 상대로 부당이익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A씨의 의도가 보험금의 부정 취득에 있었는지 입증할 수 있는지였다. A씨는 8개 보험사에 매달 40여만원의 보험료를 냈는데, 1심 재판부는 “A씨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아무런 소득신고도 하지 않았다”며 “40만원의 보험료는 A씨의 경제적 사정에 비춰 과다한 것”이라고 봤다.
또 △짧은 기간에 다수의 동종 보험을 들고 보험금을 수령한 때도 특정한 시기였다는 점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에 따르면 적정한 입원치료 기간은 270일에 불과하다는 점 등도 참작했다.
2심 역시 A씨의 보험금 수령이 부당 이득이라고는 봤다. 그러나 보험사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기 때문에, 소송 제기일부터 5년(2012년 1월) 이전에 지급한 보험금 8800여만원은 보험사가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2심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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