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 인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미 금융 시스템에 주요한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미국인들은 앞으로 3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한 3.9%로 봤다.
Fed는 9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다. Fed는 학계와 재계, 정계 인사들을 설문조사해 1년에 두 번 금융안정보고서를 낸다.
Fed는 보고서에서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이 경제활동 둔화를 동반한다면 미 금융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실업, 이자 증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 등을 우려했다.
Fed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확대된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에도 주목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은 이날 낸 성명에서 “원자재 가격의 등락폭이 커졌고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요청)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대형 금융회사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미 달러화에 가치를 고정시킨 암호화폐인 스테이블코인도 금융 시스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스테이블코인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Fed는 미 경제가 아직까지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봤다. 고용 호조, 충분한 가계 저축 등이 완충 작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난해 말부터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Fed는 “과거에 있었던 위기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갑자기 악화될 가능성은 평균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연방은행은 지난달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들이 예상하는 향후 3년간 인플레이션 수준(중앙값 기준)이 3.9%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달 조사(3.7%)보다 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올 들어 최고치다. 다만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6.3%로 전달(6.6%)보다 하락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