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은 목이나 어깨가 뻐근하거나, 무릎이 쑤시면 파스(소염진통제)를 붙이고 참는다. 고통이 심해지면 그제야 병원을 찾는다. 증상이 심하면 수술에 들어간다. 고통도 심하거니와 치료비 등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 8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스테판 최 바이파이브 창업자 겸 대표(CEO·사진)는 뼈, 근육, 신경과 관련된 근골격계 질환을 ‘초기 단계’에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바이파이브 이전에도 근골격계 전문 진단 플랫폼과 기기는 있었다. 바이파이브는 진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최 대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앱을 통해서 집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이른 시점에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며 “1000~2000달러 정도의 병원비를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파이브는 카메라로 사람 몸의 움직임을 찍어서 근골격 시스템을 3차원(3D)으로 분석한다. 관절의 각도, 이동 범위, 그리고 움직임 속도 같은 것을 체크한다. 최 대표는 “오십견을 예로 들면 어깨를 180도로 못 올리면 진단되는 것”이라며 “의사까지 나서 진단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파이브 진단 프로그램의 밑바탕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다. 지금까지 쌓인 근골격계 질환 관련 의학 데이터와 사람 근육, 뼈 등의 움직임을 학습한 AI가 움직임을 보고 진단하는 것이다. 최 대표가 아마존,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애플, 구글 등에서 근무하며 AI를 꾸준히 연구한 것이 창업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그는 “아마존 데이터센터, 애플 지도, 구글 헬스 부서에서 일하면서 AI를 현실 서비스에 접목하고 구현하는 경험을 쌓았다”며 “AI 노하우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창업 분야 중에서도 의료산업에 도전한 것은 그의 남다른 경험 영향이 크다. 최 대표는 근골격계 질환 환자다. 지금은 빈도가 줄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면 중에 어깨가 빠지는 극심한 고통을 수시로 겪었다고 한다. 그는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창업이었다”며 “기술회사지만 헬스케어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켜 많은 사람에게 의료 혜택을 주는 것을 지향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회사의 성장성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의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그는 “바이파이브는 의사의 정확한 진단에 도움을 준다”며 “보험사도 환자 관리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 3년 차인 바이파이브가 최근 600만달러 수준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다양한 고객 확보 가능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영향으로 평가된다. 근골격계 질환 진단 시장은 향후 700억달러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최 대표는 “앞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보고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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