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부동산 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습니다. 왜 그럴까요.
많은 사람이 집값 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투자 차원에서 유망 지역의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가격 상승을 기대할 겁니다. 하지만 다수는 집값 안정을 원합니다.
집값이 안정되면 집을 사고팔기가 쉽습니다. 예측 가능성이 높고 필요한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우기도 쉽습니다. 이사하기도 편합니다.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도 집값 급등에 대한 불안이 줄고,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집니다.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순리에 맞게 시장이 굴러갑니다.
궁극적으로 '지금보다 더 좋은 집에 부담 없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집값 안정이 필요합니다. 정부 부처도 주택 시장을 바로보는 '철학'이 필요합니다. 집값 안정을 추구하는 목적이 명확해야 합니다. 이 같은 철학 속에 펼치는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쉽습니다.
정부가 보이지 않는 주택시장과 싸워서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면 대출도 못 받게 하고, 이사도 못 가게 하는 건 미봉책입니다.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규제책을 쏟아내는 건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무리수를 두다 보면 결국 둑이 무너집니다. 지난 5년간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선거 공약에서 '집값 안정은 수요에 맞춘 공급을 통해서 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전 국민의 주거 수준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제학에서 나오는 수요공급 곡선에서 가격을 내리는 방법은 공급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거나, 수요 곡선을 왼쪽으로 옮기는 겁니다. 공급 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건 양을 늘리는 겁니다. 반면 인위적으로 수요를 억제(수요 곡선 왼쪽 이동)하는 정책이 지난 5년간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켰습니다.
새 정부가 민간을 통해 공급을 활성화할 지, 규제를 얼마나 풀 지 두고볼 일입니다. 규제를 없애면 집값이 일시적을 들썩이는 건 당연합니다. 그 과정을 견뎌야 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