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째를 둘러싼 여러 통계가 알쏭달쏭 이다. 한마디로 뚝 잘라 법 시행 효과가 있다,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너무 단기간 통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벌써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 나오고 있어 우려된다.
법 시행 100일째인 지난 6일에 맞춰 나온 고용노동부의 보도자료가 헷갈리게 한 측면이 있다. 올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 통계다. 업무로 인한 사망사고 중 사업주의 '법 위반 없음'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해 조사 필요성이 있는 사고를 분석한 것이다. 사고 발생일로부터 산재 승인일(유족 보상일)까지 약 4개월 걸리는 '산업재해 사망사고' 통계의 시차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부터 작성하게 됐다. 따라서 산재 사망사고 통계와 그대로 비교해선 안 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 수는 총 157명으로, 작년 동기(165명)에 비해 8명 감소했다. 한 신문은 이를 두고 "중대재해법 시행 효과로 볼 수 있으나, 절반 이상인 88명(56.0%)이 법 적용이 유예·배제된 근로자 50명 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한 경우"라고 전했다. 마치 모든 사업장으로 중대재해법을 적용하지 않아 생겨난 문제인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단순 비교를 조심해야 하지만, 이는 작년 산업재해 사망자 통계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작년 산재 사망자는 총 828명이었고, 이 가운데 80.9%(670명)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오히려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 비율이 높아졌고, 적용이 유예·배제된 사업장에선 그 비율이 낮아진 것이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분기와 1년 치 수치를 단순 비교해서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은 살피지 않고 중대재해법 적용 밖의 사업장이 위험하다는 식으로 강변하는 것은 곤란하다. 아전인수가 아니고 뭔가 싶다.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간(정확히는 1월 27일~5월 3일) 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사고에서 하청업체 사망자 수(43명, 66%)가 원청업체(22명)의 두 배로 집계됐다는 보도는 그나마 낫다. 하청업체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많다고 보면 작년 산재 통계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은 아닐 것이다. 영세 하청업체 사고 책임을 원청업체가 져야 하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 본 경영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좀 더 냉정하게 거리를 두고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 통계를 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6일 자 A2면에서 100일간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은 '1호 처벌' 대상이 되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노력(예, 건설사 건설 중단), 원자재값 폭등으로 인한 공사 중단이 많았다며 통계 착시 가능성을 짚었다. 그래서 다른 수치가 더 눈에 들어온다. 100일간 중대재해로 분류된 사건이 전국에서 총 59건 발생했고, 고용노동부·경찰 등 수사기관이 모두 17회 압수수색을 했다고 한다.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70명이 입건됐고, 총 55곳의 사업장에 전면 또는 부분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해당 사업장은 평균 한 달 가량 작업을 멈춰야 했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효과가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 웬만한 건설회사 CEO가 중대재해를 막아야 하는 전국 사업장 수가 수천 곳에 이르는 현실이다.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철저히 짠다고 해도 하청업체 감독관리까지 일거에 개선하긴 쉽지 않다. 산업현장 안전에 대한 사회 전체의 민감도와 안전의식을 높이지 않고선 근본적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중대재해법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옥상옥 구조인 점도 개선돼야 마땅하다. 적어도 기업 경영자의 면책 규정을 신설하는 등 법령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 시행 효과를 따져도 늦지 않다.
장규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