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봉쇄된 중국과 우크라이나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유럽에 비해 안정적인 미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돋보이는 미국 시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시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사업 강화에 나선 대표적인 기업은 폭스바겐그룹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4일 미국에 두 번째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시장은 강력한 성장을 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유럽 최대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도 미국 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미국 사업장 대부분을 매각했지만 지난달 미국 시장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철강 원재료인 열간성형철을 생산하는 미 텍사스주 공장의 지분 80%를 사들이기도 했다.
올 들어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대미 수출도 급증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3월 독일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증가한 360억달러(약 46조원)에 달했다. 대중 수출은 290억달러로 5% 늘어나는 데 그쳤다.
WSJ는 “중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약해졌다는 신호”라며 “미국은 격동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투자 환경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경제 전망도 비교적 밝아
미국은 세계 투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3820억달러로 1년 전보다 133% 늘어났다. FDI 규모가 두 번째로 많았던 중국(3340억달러, 전년 대비 증가율 32%)보다도 증가세가 가파르다.유럽 기업들은 미국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유럽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규모는 2019년 1674억달러(522건)에서 지난해 2037억달러(616건)로 약 22% 불어났다. WSJ는 “유럽 기업들은 대부분의 인수합병(M&A)을 유럽 내에서 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 기업 인수 건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대한 투자 환경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도 공급망 혼란을 겪고 있고,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기업의 차입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 전망은 상대적으로 밝은 편이다. WSJ는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년 만에 가장 높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GDP가 전년 대비 3.7%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아졌지만 유럽연합(EU)의 GDP 증가율 예측치보다 0.9%포인트 높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