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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기업 3배 클 때…'규제 울타리' 속 도쿄기업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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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225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38,915를 기록한 1989년 이후 일본전산과 무라타제작소 등 교토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300% 이상 커졌다. 도요타자동차가 있는 아이치현 기업의 시가총액도 100% 넘게 늘었다. 기업 본사의 60%가 몰려 있는 도쿄 기업의 시가총액은 33년 전과 같은 수준이다.

도쿄 기업의 성장 정체를 니혼게이자이신문 간판 칼럼니스트 가지와라 마코토는 “‘가스미가세키 코스트’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가스미가세키는 일본 정부조직이 몰려 있는 도쿄의 관청가로 관료 조직을 상징하는 단어다. 가스미가세키에 가까울수록 정부의 보호와 규제를 받는 기업이 많고, 그런 기업일수록 대관 업무의 부담 때문에 채산성이 나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정부 보호를 받는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시가총액이 입증한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은행업종의 시가총액은 1989년 말 이후 90% 급감했다. 전력과 건설은 60% 줄었다. 1980년대 세계 최대 기업이던 일본 1위 통신사 NTT의 현재 시가총액은 애플의 25분의 1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자동차와 소매업종의 시가총액은 각각 60%와 30% 증가했다.

정부 보호에 의지하는 일본 기업들이 관청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한 나머지 지난 20년간의 엔저(低)와 초저금리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리실에 따르면 1985~2009년 연구개발비와 설비투자를 줄인 일본 기업 비율은 각각 41.5%와 47.1%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1위였다. 그 결과 지난 20년간 미국과 영국 기업의 자본스톡(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축적한 자금의 총량)이 약 50% 늘어나는 동안 일본 기업은 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 활동의 부진은 국가 경제 침체로 이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9년까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7% 늘었다. 그 사이 미국은 20%, 아시아 국가들은 두 배씩 GDP가 증가했다.

디지털 부문의 후진성도 투자와 실적 정체로 이어졌다. 총무성이 발표한 ‘2021년 정보통신백서’에 따르면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일본 기업의 비율은 13%로 60%인 미국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총무성은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일본 기업 비율이 미국 수준으로 늘어나면 제조업 매출이 6%(23조엔), 비제조업 매출은 4%(45조엔)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2021년 일본 GDP의 10%를 넘는 액수다. 일본생산성본부는 디지털개혁 등을 통해 비제조업 부문의 생산성이 제조업 수준으로 높아지면 일본의 GDP가 30% 늘어나고 닛케이225지수는 37,000선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가지와라 칼럼니스트는 “일본 기업은 1990년대 후반 정보기술(IT) 혁명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회복 경쟁 등 세계적인 경쟁에서 모두 패했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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