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청각 촉각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하려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게 필수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반도체의 처리 속도와 용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기업이 호황을 누리는 것도 게임, 원격회의 등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 속 글로벌 1·2위 기업은 게임회사가 독차지한 것으로 그려지지만 반도체 기업들도 못지않은 수혜를 누리며 빠르게 성장했을 것으로 상상해볼 수 있다.
영화 속 배경은 2045년이지만 메타버스 경제는 이미 현실에 와 있다. 미국 10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플랫폼은 유튜브가 아니라 모바일 게임인 로블록스다. 미국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로블록스에 가입했고, 유튜브보다 2.5배 긴 시간을 로블록스에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 1억 명의 사용자가 아바타를 활용해 로블록스 안에서 생활하고 가상화폐로 필요한 것을 사고판다. 로블록스는 빠른 성장세를 타고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됐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과 만나기 어렵게 된 정치인들도 메타버스로 눈을 돌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 안에 자신의 섬을 만들고 여기에서 선거유세를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어린이날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 속에서 가상의 청와대를 만들고 어린이들을 초대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VR과 증강현실(AR) 시장이 2019년 455억달러에서 2030년에는 1조5429억달러로 30배 이상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웨이드는 IOI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오아시스에서 만난 동료들과 협력하며 세 가지 임무를 모두 마친다. 오아시스의 운영자가 된 웨이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오아시스를 1주일에 이틀은 폐쇄하는 것. 대면이 사라지고 비대면만 남은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현실의 소중함을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 창시자인 할리데이는 말한다. “(메타버스에 비해) 현실은 차갑고 무서운 곳이지만 동시에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란다. ” 미래를 먼저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관객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나수지 한국경제신문 기자
한걸음더
과거의 문화가 젊은 세대에 신선함을, 중장년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경향을 ‘뉴트로’라고 한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다.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건 뉴트로가 아니다. 뉴트로는 복고를 새롭게 해석하고 즐긴다. 예전에 썼던 필름카메라를 다시 쓰는 게 아니라 필름카메라와 비슷한 색감을 내는 스마트폰 앱이 유행하는 게 좋은 예다. 기업들은 뉴트로 트렌드를 마케팅과 제품 기획에 활용한다. 단종된 과거 제품이나 문구를 앞세워 소비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다.오아시스 속에서도 과거의 대중문화 캐릭터가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한다. 아바타의 모습을 한 웨이드가 ‘백 투더 퓨처’에 등장하는 타임머신 자동차를 타고 레이싱을 즐기는 동안 쥬라기공원의 티렉스가 나타나 길을 가로막고 킹콩이 자동차를 집어 던지는 식이다. 곳곳에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레디 플레이어 원’을 감상하는 묘미다.
이렇게 제작자나 프로그래머가 게임, 영화, 책 등에 몰래 숨겨놓은 장면이나 기능을 ‘이스터에그’라고 한다. 이스터에그는 부활절 토끼가 부활절 전날 아이들이 있는 집에 색칠한 달걀을 숨겨놓는다는 풍습에서 나온 단어다. 미국 영화 미디어 IGN이 공개한 목록에 따르면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이스터에그는 적어도 138개에 이른다.
NIE포인트
1.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관련 기사를 찾아 읽어보자.2.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고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생각해보자.
3. 뉴트로의 의미를 알고 생활 속에서 관련 상품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