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원전 핵심기기 제조 역량을 갖춘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를 앞세워 원전수출지원단을 꾸린다.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차관과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 관련 공공기관 사장,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원전수출 ‘원 팀’을 형성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세가 쪼그라든 두산에너빌리티가 탈원전 정책 백지화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6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인수위원회의 ‘탈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에 관한 액션 플랜’을 보면 정부는 원전수출전략추진단(가칭)을 연내 신설하고 수주 역량을 제고한다.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의 위원장은 산업부 장관이 맡을 예정이며 위원에는 유관부처(과기부, 외교부, 국방부, 국토부, 중기부 등) 차관, 공공기관(한전, 한수원,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사장 및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포함됐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는 정연인 사장이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정승일 한전 사장은 배제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기업중 유일하게 원전 주기기 등 핵심 제조역량을 갖췄다. 세계 1위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과도 일찌감치 사업 협력에 나섰다. SMR은 전기 출력이 300MW(메가와트) 이하인 소형 원전을 뜻한다. 출력 조절이 가능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어 탄소중립 시대에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부터 뉴스케일에 투자를 시작해 지금까지 약 1억400만달러를 지분 투자했다. 뉴스케일로부터 SMR 제작성 검토 용역을 수주받은 건은 2021년 1월 완료했고, 지난달 25일에는 SMR 제작 착수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서 개발 중인 SMR 모델은 70여개다. 그 중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 심사를 통해 기술적 검토 및 승인이 완료된 모델은 미국 뉴스케일의 SMR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뉴스케일 등 해외 SMR 실증에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액션 플랜 중 ‘차세대 원전 기술·산업 경쟁력 강화’ 세부 각론에 의하면 차기 정부는 △2024년까지 원전을 활용한 수소생산 기반연구를 진행하고 △미국 뉴스케일 등 해외 SMR 실증에 국내기업 참여를 적극 지원하며 △SMR 이후 미래 원자력 기술(제4세대 원자로,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지원한다.
한국형 SMR 모델을 독자 개발하고 수소를 생산하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마련한다. SMR은 원자력을 통해 생산된 고온의 수증기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업부는 2024년까지 원전과 연계된 수소생산 관련 기반연구를 진행하고 안전성과 경제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또 산업부와 과기부가 공동으로 사고저항성핵연료 상용화 등 원전 안전성을 강화하는 핵심기술을 개발한다.
이외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핵융합에너지 기술개발을 위해 2023년까지 장기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수립하고 2050년부터 전력생산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4년까지는 대형 방사선시설이 있는 곳에 지역별 융복합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목적지향형 R&D 등을 포함한 대형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