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치러지는 강원지사 선거에선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못지않게 지명도 높은 정치인들이 맞붙는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다. 한때 한국을 이끈 정치 세력인 ‘친노(친노무현)’와 ‘친박(친박근혜)’계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불렸던 인물들이다. 정치적 색깔 차이만큼이나 정책 비전부터 최문순 현 지사의 강원도정 평가까지 두 후보 간 시각차가 컸다. 현재 판세는 김 후보가 다소 앞서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3.5%포인트)에 따르면 김 후보가 41.8%, 이 후보가 36.1%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사진)는 스스로를 ‘(강원도에) 미안할 일이 많은 정치인’이라고 설명한다. 도민의 선택을 여러 번 받고도 중도에 직을 던져야 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통으로 불리며 2004년 국회에 입성한 이 후보는 재선 임기 중인 2010년, 46세에 강원지사에 당선됐다. 하지만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형이 확정돼 1년 만에 지사직을 잃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으로 정계에 복귀한 그는 21대 총선에서 원내로 돌아온 지 2년 만에 의원직을 던지고 강원지사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이 후보를 4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40년 동안 정치를 했지만 국가가 발전한 것에 비해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크다”며 “강원도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꿈이 지사에 출마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도민의 삶과 직결되는 요소들을 지표화해 도정의 평가 지표 및 예산 집행 근거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 정치로 강원도의 전성시대를 열고 싶다”고 했다.
이 후보는 강원지사 공천에 앞서 민주당 측에 강원특별자치도법 통과 및 광역급행철도(GTX)-B 노선의 강원도 연결 등 5대 공약에 대한 협조를 약속받았다. 국회 내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으로부터 확약을 받아낸 만큼 자신이 당선돼야 속도감 있게 지역 발전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원도에서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한국형 지방자치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 접경지역으로 구분해 맞춤형 산업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그는 “영동지역에는 2조원을 투입해 ‘바다가 보이는 스위스’라는 대형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영서 지방 중 춘천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유치해 문화콘텐츠 단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데이터를 가진 원주에는 의료기기 단지를, 접경지역에는 군부대 이전 부지를 활용해 국방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격차 확대 원인으로는 교육과 복지 문제를 꼽았다. 그는 “당선 즉시 교육감과 협의체를 구성해 해외 명문 국제학교 유치 및 인구소멸지역 내 특수목적고등학교 승인을 추진할 것”이라며 “복지 분야에서는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진단 결과에 맞게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와의 격차는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뒤집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후보는 “이제 막 출마해 아직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는데 지지율이 김 후보보다 5~8%포인트 처지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링 위에 오르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후보에 대해서는 “이미 21대 총선을 통해 춘천 시민의 심판을 받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전범진/설지연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