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다. 김정은은 지난달 26일 항일 빨치산 결성 9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선제 핵공격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 나흘 전 교환한 친서는 휴지조각이 됐다. “핵은 미국을 향한 강력한 억제력”이라고 한 김정은의 2018년 신년사는 거짓임이 확인됐다. 이번 열병식 연설을 통해 북한은 핵개발의 속내를 확실히 보여줬다. 즉 핵 용도는 체제 방어용이 아니라 한국을 향한 공격용이고, 핵을 앞세워 ‘조국통일대전의 승리’를 완수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먼 산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안보 위기’를 강조하던 호기는 사라졌다. 청와대가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는 눈 감고 집무실 이전에는 눈을 부라리는 모습은 이해불가다.
이미 국제사회는 북한을 50~60여 발의 핵탄두를 보유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30여 년의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실패했다. 우리가 얻은 교훈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며,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라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바라보면서 핵무기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그래서 북한은 체제 보위의 보검(寶劍)인 핵무력 강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난 1월 북한은 당 정치국 회의에서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 조치(모라토리엄)를 파기했다. 이후 미국 본토 타격용 ICBM 화성 15·17형, 대남 타격용 전술핵 미사일 등을 13차례나 발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오는 21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동안 도발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핵무기의 소형 경량화, 전술무기화 발전과 함께 전술핵 개발”을 위한 7차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매우 높다. 최근 위성을 통해 북한이 2018년 폐기했다고 주장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복원 작업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는 단거리 미사일에도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다. ICBM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면 모든 단거리 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따라서 핵미사일에 대한 레드라인은 ICBM이 아니라 모든 미사일로 조정해야 한다. 물론 북한의 ICBM 발사는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에 대한 역(逆)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즉 ICBM은 ‘서울과 워싱턴을 바꿀 수 있느냐?’는 압박 카드다. 북한의 역억제 무력화 전략은 한·미 동맹 강화뿐이다. 미국의 확장억제가 약해지면 북한 주도의 ‘무력적화 흡수통일(조국통일대전)’이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북한 핵위협은 더욱 노골화할 것이다.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북핵 위협의 실체와 심각성의 정보를 국민과 공유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응 전략의 핵심은 자강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3축 체계(선제타격·한국형 미사일 방어·대량 응징 보복)를 완비해야 한다.
하지만 핵미사일 방어망이 완벽하지 않아 요격에 실패하는 것은 치명적 위협이다. 북핵 위협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의 구조적 허점을 차단하는 것이다. 최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위원회에 의하면 다수 위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최근 조성된 신냉전 기류를 악용해 위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 허점은 북핵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구조적 허점을 차단해야 한다. 따라서 대북 제재 위반에 대해 북한은 물론 위반국에 제재 위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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