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찼다 찼다 차범근, 달려라 이회택, 떴다 떴다 김재한 헤딩 슛 골인~.” 1970년대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릴 때면 목청껏 불렀던 응원가다. 경쾌한 리듬의 동요 ‘비행기’를 개사한 노래여서 평소에도 흥얼거리며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차범근은 단연 최고 스타였다. 서울 경신고 3학년 때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1972~1978년 118경기에서 55골을 넣었다. 24세139일에 A매치 100회 이상 출전 기록을 세워 세계 최연소 센추리클럽 가입자가 됐다. ‘한국 축구’ 하면 차범근이었다.
1978년 당시 세계 최고의 리그인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차범근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 등에서 활약하며 ‘갈색 폭격기’ ‘차붐’으로 이름을 날렸다. 1989년까지 308경기에 나서 98골을 넣었고, 1985~1986 시즌 레버쿠젠에서 넣은 17골은 한국 선수의 유럽리그 단일 시즌 최다 득점으로 오랫동안 기록됐다.
‘슈퍼 소니’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 차범근의 이 기록을 깼다. 지난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레스터 시티와의 2021~2022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 홈경기에서 2골 1도움의 맹활약으로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리그 18·19호 골을 연달아 뽑아낸 그는 지난 시즌 작성한 자신의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17골)과 ‘축구 전설’ 차범근의 한국선수 단일 시즌 유럽리그 최다 득점 기록을 한꺼번에 갈아치웠다.
차범근과 손흥민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양발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엄청난 스피드와 체력, 정교한 슈팅을 자랑한다. 이날도 손흥민은 왼발로만 두 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 19골 중 11골이 왼발 끝에서 나왔다.
두 선수의 인성도 월드클래스다. 차범근이 분데스리가 시절 격한 태클로 자신에게 치명적 허리 부상을 입힌 상대팀 선수를 용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손흥민은 자신의 고의성 없는 태클로 크게 다친 상대 선수를 위해 다음 경기에서 골 세리머니 대신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자아냈다. 이날 경기에서도 손흥민은 장애를 딛고 일어선 토트넘 어린이 팬을 위해 새로운 골 세리머니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 선수 첫 EPL 득점왕, 세 시즌 연속 10(골)-10(도움)클럽 가입 등 손흥민이 써내려갈 새로운 기록이 기대된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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