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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12위 끝은 준우승…고진영의 '뒷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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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랭커들을 놓고 ‘누구 샷이 더 좋으냐’를 따지는 건 바보짓이다. 샷이 나쁜 톱 랭커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력으로만 따지면 종이 한 장 차이인 이들의 랭킹을 가르는 건 결국 멘탈이다.

고진영(27)이 13주 연속, 총 128주째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강한 멘탈’ 덕분이다. 고진영은 대회 기간 흔들려도 어느 순간 털어내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곤 버디를 몰아치며, 언제 그랬냐는 듯 리더보드 상단 자리를 꿰찬다.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스버디스GC(파71·625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팔로스버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 최종일에서도 그랬다. 고진영은 이날 선두 해나 그린(26·호주·중간합계 8언더파)에게 4타 뒤진 공동 12위로 출발했다. 첫날 64타를 쳤지만, 2라운드(72타)와 3라운드(73타) 연속 오버파를 치며 난조를 보였다.

모두가 ‘우승은 글렀다’고 하는 순간 고진영은 특유의 몰아치기를 시작했다. 2번홀(파4)과 5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더니, 7번홀(파5)에선 8m짜리 이글퍼트를 성공시켰다. 선두에 오른 그는 이날 5타를 줄여 최종합계 9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뒷조에서 경기한 마리나 알렉스(22·미국·10언더파)에게 1타차 준우승으로 밀렸지만, 고진영의 진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날 고진영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100%였다. 그린도 두 번을 제외하고 모두 지켜냈다.

경기를 마친 뒤 고진영은 “한국 팬들이 많이 응원해줘서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즐겁게 쳤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최근 스윙이 잘 안 돼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오늘 적용해봤는데 그게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고진영은 다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다음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을 앞두고 경기력이 제자리를 찾은 듯해 기쁘다”며 “다음 대회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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